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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한국기자상 선정경위

절반 이상이 1차 심사 통과…경쟁 치열

김영호 위원장  2001.0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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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심사위원장·언개연 신문특위 위원장



제32회 한국기자상에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88개 작품이 출품됐다.

1차 심사에서는 평점 8.0 이상 취득한 작품이 48개나 선정됐다. 출품작의 절반 이상이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그 만큼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음을 뜻한다. 2차 심사에서 17개 작품이 선정됐는데 이중에서 다시 득표수에 따라 14편을 뽑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이 작품들을 놓고 대상심사에 들어가서 3차에 걸친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끝에 한국기자상 대상을 선정했다.

대상에는 중앙일보의 ‘김정일-장쩌민 극비 베이징 회담’이 선정됐다. 취재무대가 중국이고 그 지역의 폐쇄성으로 인해 취재원과의 접촉에 제약이 따른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보기 드문 개가이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동아일보의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은 지난해 10월 4일자에 보도됐으나 검찰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사건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듯했다. 그러나 새해 들어 검찰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 사건은 정치권의 부도덕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역시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재외국민 특례입학 부정사건’은 소문을 근거로 다단계의 취재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역작이다. 일반적으로 비리사건은 검찰수사를 중심으로 취재영역을 설정하기 때문에 취재활동이 제한적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반대로 교육부의 감사와 검찰의 수사를 이끌어낸 탐사보도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기획보도 부문의 수상작으로 선정된 중앙일보의 ‘공적자금 110조원 제대로 썼나’는 방만한 집행과정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밀도 있게 취재하여 기획성을 살렸다.

역시 기획보도 부문의 수상작인 한국경제의 ‘상하이 용틀임 25시’는 중국의 발전상과 함께 미래상을 투시하는 창문이라는 평가를 받은 수작이다.

지역취재 보도부문의 수상작인 강원일보의 ‘영동지역 산불재앙 보도 및 생명의 숲 백두대간 다시 살리자’는 기민한 취재력과 치밀한 기획력으로 만들어낸 역작이다. 피해상황, 진화체계, 환경파괴, 조림정책 등에 관해 다각적으로 접근했으며 위험을 무릅쓴 치열성이 돋보인다.

같은 부문의 수상작인 매일신문의 ‘한국전 직후의 양민학살 사건보도’는 희미한 기억과 막연한 소문을 근거로 학살의 현장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기사이다. 숨죽여 살아온 유족의 인권을 보도를통해서라도 복권시킨 의미 또한 크다고 하겠다.

지역기획 부문의 수상작으로 선정된 경인일보의 ‘격동 한세기-인천 이야기’는 지역 언론의 역할을 정리한 훌륭한 기획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세기의 자료를 발굴하는데는 각고의 노력이 따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같은 부문의 수상작인 KBS창원의 ‘적조-바다의 복수’는 지역성을 뛰어넘은 소재로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실증적으로 접근한 자세가 돋보인다.

영상부문의 수상작인 YTN의 ‘경찰, 롯데호텔 노조원 폭력진압’은 자기검열이 논란의 대상이었음을 밝혀둔다. 취재도 중요하지만 기사가치를 지키는 자세는 더 중요하다는 요지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찰의 폭력성을 고발한 감투정신을 높이 사서 선정됐다.

사진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낙천 분풀이 폭력-하총장 수난’과 대한매일의 ‘서울서 첫 모습 드러낸 린다 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일보의 ‘낙천…’은 카메라 렌즈가 포착한 찰나적 순간이 밀실공천의 전말을 말한다. 취재기자의 기민한 상황판단이 사건전개를 예감할 수 있었고 그것이 특종을 연출했을 것이다.

대한매일의 ‘…린다 김’은 우연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 아니다. 집요한 기자정신의 승리다. 카메라의 초점이 칩거의 여인을 바깥 세상으로 이끌어내기까지는 긴장과 해이가 반복되는 시간과의 싸움이었을 것이다.

공로부문에서는 교열기자협회의 ‘2000 세계지명사전’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사전은 지명표기에서 통일을 기해 일반인의 불편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특별상 부문에서는 수상의 영광이 한국일보 미주본사의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경에 의한 한국인 집단학살’에게 돌아갔다. 미국정부 기록보관소에 50년간 파묻혀 있던 한국전쟁의 참혹성을 햇빛 아래 드러낸 발굴작업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