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 18일. 정가를 뒤흔든 폭탄급 뉴스는 한나라 당에서 터져 나왔다. 김윤환, 이기택씨 등 정치 거물들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소식이 들려 온 것이다. 이 날 오후 한나라 당사 회의실 앞에는 각 사에서 몰려든 기자들로 인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낙천 소식을 접한 김호일 의원 등이 숨가쁘게 달려와 소리를 질러 댔다.
“우째 이럴 수 있나. 내 참지 않는다. 하순봉 가만 안 두겠어!”
영남 지역 공천 작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하순봉 사무총장을 겨냥한 말이다. 바로 그 때 비상용 출입문이 열리며 공천 심사위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취재하려는 기자들로 인해 복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반대편에서 뛰어 나온 김호일 의원이 하순봉 총장을 향해 순간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나는 핀트를 맞출 여유도 없이 서너 컷을 연속으로 눌러 댔다. 급히 회사로 들어와 현상을 해보니 김의원이 하총장의 안면에 주먹을 날리는 모습과 발로 사타구니를 가격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사진부 데스크와 편집국장께 보고를 하고 1면에 사진 3장을 연속하여 게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일보 2월 19일자는 새 천년 첫해의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정치권 폭력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낸 것이다.
입사 10년 만에 기자협회에서 주는 커다란 상을 받게 되어 무척이나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다. 가족들과 사진부 데스크 및 국회팀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자리가 있었을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