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퓰리처상’이라고 불리는 한국기자상을 받는다는 것은 기자로서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다. 그러나 ‘한국군경에 의한 한국민 집단학살’이라는 기사로 한국기자상을 받는다는 사실은 마음 편한 얘기만은 아니다.
이 기사에 왜 그렇게 집착했는가. 보도 과정에서 있었던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육군과 경찰에 의한 대전형무소 재소자 1800명 집단학살 사건 보도에 이어 포항에서도 해군과 경찰이 협조, 주민 200여명을 함상처형하고 수장했다는 당시 해군 포항경비부 사령관 남상휘 전 해군준장(당시 중령)의 양심선언 기사가 나가자 해군본부가 즉각 LA로 전화를 걸어왔다. 해군공보관은 해군이 사건을 조사중이라면서 이런 저런 문의와 부탁을 늘어놨다. 군을 위해하자고 쓴 기사가 아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있는 문서의 종류, 처형에 동원된 군함의 종류 및 함장들의 이름과 계급 등을 알려줬다.
그 공보장교는 한 마디 해도 괜찮겠냐며 “역사를 염두에 두고 기사를 써 달라”고 덧붙였다. 아마도 사건 당시가 한국이 누란지세에 처했던 전쟁 상황이었다는 얘기 같았다.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란 무엇인가. 세계적 역사학자로 꼽히는 어윈 카아는 “역사란 미래를 보는 거울”이라고 했다.
왜곡된 역사는 얼보이는 거울이고 그런 거울로는 실체를 볼 수 없다. 세계의 어느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자국 군경을 동원해 사형수도 아닌 국민을 수만명 내지 수십만명이나 집단처형하는가.
반세기나 지난 한국전쟁의 역사가 지금이라도 올바로 쓰여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 역사가 ‘평면 거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