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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자살.폭탄 사이트에 대한 언론 보도

단면적 보도로 방문 확산 부작용만 낳아

라도삼  2001.02.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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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도삼 사이버문화연구소 연구원



지난 한 주 난 영광스럽게도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참 많은 전화를 받았다. 자살사이트 문제가 터지고 연이어 폭탄사이트가 출현하면서 언론사 기자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고 나에게 물었고, 그 대부분은 이것을 어떻게 규제해야 하느냐,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느냐 등의 질문이었다. 자살사이트와 폭탄사이트, 그 엽기적인 사이트를 둘러싼 인터넷 대전이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참으로 송구스럽게도 난 그 질문에 충분히 대답해 주지 못했다. 그 대부분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질문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대답하였고, 오히려 난 못된 고집 덕에 여러 기자들과 의견충돌을 빗어야 했다.

“왜 그렇게 인터넷에 집착하느냐. 인터넷에서 만나 자살한다면 그게 사람 문제지 인터넷 문제냐. 인터넷은 단지 연결수단일 뿐이다. 사람이 죽었다면 죽으려 한 이유가 중요하지 왜 인터넷이 중요하냐” 는 등등.

연일 보도되는 자살사이트 등을 보면서 난 언론이 보여주는 태도가 매우 심각하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첫째 단면적으로 언론에 의해 보도되면서 사회적 아젠다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자살사이트가 언론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다면 자살사이트의 방문자는 극히 소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방문자 숫자가 급속도로 확장, 급기야 수많은 패러디 사이트가 늘어났다. 호기심에 재미로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보도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항변이 있을 수 있다. 그건 타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보도 태도다. 대부분 언론보도는 자살사이트 자체가 자살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도했고, 그것은 또 다른 음모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는 점이다. 총리는 ‘정권의 사활을 걸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고, 검찰은 ‘인터넷 범죄 수사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분명한 것은 인터넷은 철저히 패션화·이벤트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이슈가 나오면 그와 관련된 수많은 사이트가 생겨나고, 극단의 하위문화는 문화체계 없는 대중들에 의해 패러디된다.

그것이 문제다. ‘엽기적인’ 언론보도는 자살사이트 등을 패션화·이벤트화 시켰고 거기에 인터넷 규제라는 또 다른 음모를 끌어들였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언론이 인터넷을 별도의 세계로 보아주지않았으면 한다.

가상세계(cyberspace)란 가짜의 세계가 아니다. 가상세계란 사이버네틱스 사회, 즉 개인이 중심이 되어 사회를 통제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사이버네틱 사회는 이전에 감춰져 있던 다양한 문제를 드러나도록 만든다. 이용방법에서 사이트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인터넷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사회가 그런 문제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인터넷이 아니라 그런 문제를 품고 있는 사회며, 해결방법 또한 인터넷이 아닌 그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매번 문제만 있으면 인터넷만 해결되면 된다는 식의 제2물결적 발상은 더 이상 인터넷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다. 그건 다만 인터넷을 둘러싼 음모론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렇기에 그 모든 것을 인터넷의 해악으로 밀어붙이고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엽기적인’ 발상은 그만두어야 하며,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인터넷에 병들어 있는 사회가 아니라 병든 사회가 인터넷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