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기자실 분위기는 다른 시·도와는 달리 중앙·지방기자들이 한 곳의 기자실을 공유하는 것이 그렇다. 중앙·지방일간지와 방송·통신사 등 17개사 출입기자들을 위해 벽면을 따라 부스가 단조롭게 설치돼 있고 가운데 대형 탁자가 놓여 있다.
민원인들과 도지사, 실국장들의 기자간담회 대부분은 이곳 탁자에서 이뤄진다. 부속 공간은 TV와 소파, 탁자가 놓인 2평 남짓 휴게소가 전부다.
출입기자는 10개 중앙일간지와 CBS, YTN 등에서 1명씩 주재하고 2개 방송사와 2개 지방신문사, 연합뉴스가 각 2명씩 출입해 현재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단조로운 기자실 구성과는 달리 국내 대형사건은 강원도에서 발생한다는 징크스에 걸맞게 업무량과 강도, 활동량은 전국 어느 광역 시·도보다 높은 편이다.
도 경계의 절반이상이 비무장지대(DMZ)와 해안선으로 이어져 있다보니 지난 96년 강릉의 북한 잠수함, 98년 잠수정 사건과 같은 대북 관련 사건이 터져 연일 톱기사를 장식했다.
고성산불에 이어 지난해 봄 영동지역 대형산불, 지금은 많이 폐광됐지만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대형 광산사고, 지난해 국내 처음 들어선 내국인 카지노, 양양 핵폐기물장 반대, 금강산 유람선 입출항, 잦은 설악지역 대형 교통사고, 빚나간 종교인들의 집단분사 및 자살사이트 사회 문제화, 폭설로 인한 교통두절, 전국 최고의 혹한지역 취재 등 전국을 놀라게 한 초대형 사건사고가 줄줄이 발생하면서 기자들을 긴장시킨다.
최근 10년동안 사건사고 발생기사로 1면과 사회면 톱기사를 가장 많이 장식한 곳을 꼽으면 강원도가 단연 앞설 것이다. 이 뿐인가 중앙지 주재기자들은 경북에 이어 전국 두번째로 넓고(18개 시군) 교통망도 열악한 강원산악지역 곳곳을 누벼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찮다.
도청 소재지인 춘천에서 강원도 남쪽 끝인 태백이나 삼척까지 가려면 승용차로 5시간 남짓을 달려야하고 그나마 겨울철 눈이라도 내려 빙판길이 이어지면 목숨 건 곡예운전으로 취재에 나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중앙지(중앙·동아)들은 강릉시청 기자실에 별도의 주재기자를 두고 있지만 대부분 도청에 1사 1명씩 주재하면서 강원도 전체를 커버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도청 주재기자 3년이면 야전군 사령관도한다’는 말도 생겨났다.
발단은 지난 96년 발생한 북한 잠수함 사건 때, 한달 보름을 무장공비를 찾아 작전군인들과 함께 총 대신 노트북을 메고 산속을 헤멘 대서 유래했겠지만, 잦은 대형 사건사고가 강원도청 주재기자들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30대 후반, 40대 중반의 10∼20년차 중견기자들로 탄탄하게 이뤄진 강원도청 기자실은 강원의 자연을 만끽하는 동호인 활동도 활발하다. 주말이면 태백산 등을 오르는 ‘산악팀’과 아침이면 의암호변을 달리는 ‘조깅팀’까지 생겼다.
강원도청 기자실은 사건사고로 점철된 치열한 기사경쟁을 떠나 선후배간 끈끈한 우의를 다지는 활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