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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 쟁점 진단] 3.경영 투명성 강화

"정확한 부수 발행인도 몰라"

김상철  2001.02.17 00: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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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자는 “정확한 발행부수는 발행인도 모를 것”이라고 한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언론사의 ‘투명도’를 보여주는 지적이다.

실제 94년 세무조사 당시 보도를 살펴보면 국세청에서도 신문사에 판매부수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사들은 이에 대해 실제 유가부수 파악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버텼고, 국세청 역시 유가부수 파악이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다는 점을 인정해 결국 신문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도됐다.

물론 신문시장의 고질적인 ‘할인 판매’ 구조에서 비롯된 일이다.(본보 1081호 ‘판매시장 정상화’ 기사 참조)

이같은 현실에 근거해 경영 투명성 강화에 대한 요구는 언론계 안팎에서 꾸준하게 제기됐고 그 방안에 대한 지평도 다양한 편이다. “신문사는 사적 자산으로 설립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사기업으로서 당연히 기업공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다른 한편 “신문사 역시 공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공공기관이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권력행사까지 하고 있잖은가”라는 입장에서 경영 투명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어떤 차원에서든 경영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그것이 시장 정상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에 기인한다. 지난해 한국언론2000년위원회에서 발행한 <한국언론보고서> 역시 경영 투명성 강화에 상당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현실인식은 “신문시장이 정치권력과 언론 사이의 정치적 거래에 의한 특혜, 기업 비리와 언론의 영향력과의 야합에 의한 불공정한 광고 거래, 언론의 영향력을 오·남용해 소유주의 사업상 이익을 획득하는 비리 등으로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공정한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언론기업의 부당거래 행위는 물론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오·남용하는 행위 등을 배제하기 위해 경영의 투명성 확보가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시장 독과점 해소 방안 역시 발행부수나 광고·판매비율 등 기초적인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한 여건이라는 지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언론보고서는 발행부수공사제도(ABC)의 조속한 정착, 독일의 ‘신문통계법’, 프랑스의 사팽(Sapin)법과 같은 법률 제정을 제안했다. 독일의 신문통계법은 연방통계청이 해마다 ▷거래방식에 따른 거래내역 ▷인건비,제작비, 판매비 ▷발행부수와 판매부수 ▷구독료와 광고료 등을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패를 방지하고 경제생활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규’인 프랑스의 사팽법의 경우 광고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요금표, 거래 등에 대한 내용과 위반시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에서 입법 청원한 정기간행물법 개정안에도 ‘자료의 신고’ 조항을 신설해 이같은 내용들을 준용했다. ▷기업의 종류 및 법적 형태 ▷거래방식에 따른 거래내역 ▷보수, 봉급과 같은 사례비용, 제작비와 판매비 ▷정기간행물의 기사면과 광고면 비율 ▷전체 발행부수와 유가 판매부수 ▷구독료와 광고료 ▷상법에 따른 재무제표 및 영업보고서, 감사보고서, 회계장부, 주주총회 의사록 등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해마다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또 정기간행물 사업자는 총발행주식 또는 지분총수와 자본내역, 3% 이상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한 주주나 사원의 개인별 내역 등의 신고도 의무화하고 있다.

이밖에 신문 판매 부문을 부가가치세 적용대상에 포함시켜 제반 거래가 과세신고 대상이 되도록 함으로써 물량공세에 의한 저가판매를 근절하고 판매부수를 측정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다른 기업엔 ‘황제경영’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언론사의 실태는 어떠했는가. 등록 한번 하면 그후론 별다른 자료공개 요청도, 법규정에 따른 적용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정간법 개정 이전에 지금부터라도 기존 법제를 통해서 국세청, 공정거래위 조사를 정례화해 언론사의 경영 투명성을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