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전격 단행된 중앙일보 인사에서 금창태 사장이 부회장으로, 금 사장의 후임으로 이제훈 부사장이 임명됐다.
이같은 인사는 그동안 떠돌던 여러 가지 ‘설’에 비하면 다소 평이했다는 평이다. 홍석현 회장은 최근 간부회의 석상에서 “공채 1, 2기가 그동안 한 일이 뭐가 있느냐”는 질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사장 인사설이 나돌면서 사내에는 공채 7기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세대교체론이 부상했다.
공채 2기인 이제훈 신임 사장의 기수를 감안하면 이같은 예측은 빗나간 셈이다. 65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이제훈 사장은 편집부, 정치부, 경제부 등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95년 월간 윈 편집인을 끝으로 4년여 동안 삼성그룹 홍보 담당 및 회장 비서실 근무를 하다가 99년 편집·광고 담당 부사장으로 중앙일보에 돌아왔다.
이번 인사에서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97년 대선 당시 편집국장을 맡았던 전육 전 논설위원의 복귀.
전육 전 논설위원은 이번 인사에서 중앙방송 사장으로 임명됐다. 전육 사장은 반DJ·이회창 편향 보도로 문제가 됐던 97년 대선이 끝나고 이듬해 1월 논설위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7개월 여만에 중앙일보를 그만두자 일각에서는 ‘대선보도 책임론’이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육 사장의 복귀로 97년 대선 보도와 관련해 자의든, 타의든 일선 보직에서 물러난 인사들의 ‘컴백’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한편 이번 인사는 노조와 사장실, 경영지원부서에서조차 이사회가 있던 당일 오후에서야 인사가 진행된 사실을 알 정도로 비공개리에 진행됐다. 사측 관계자는 이날 저녁 “사실 주총이 열렸는지 안 열렸는지 조차 알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이날 저녁 8시 40분경 기사를 올리면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임원을 선임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날 주주총회는 열리지 않았다. 편집국 일각에서는 갑작스런 인사 단행을 두고 “언론문건이 터지니까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라는 억측과 농담이 섞인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20일경 홍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정확한 배경을 물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