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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자실은] 대구지방경찰청

치열한 일 경쟁·따뜻한 인간미 넘쳐나는 곳

박병선 기자  2001.02.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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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애애…. 대구지방경찰청 기자실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일 것 같다.

21명의 신문·방송 기자가 출입하지만 튀는 이도 없고, 무게 잡는 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정겨운 사람들이 웃음꽃을 피우며 즐겁게 일을 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기자들의 연령분포가 다양하다는 점이 좋은 분위기를 빚어내는 원인일 것이다. 6년차의 30대 초반 기자부터 20여년 경력의 50대 노(老)기자까지 있지만 그중 절반 이상이 40세 전후의 중견들이다. 세상물정을 꿰뚫고(?) 있는 연차들이 대거 포진해 선·후배들과 조화를 이뤄가는데 아쉬울 게 무엇인가.

얼핏 살벌한 언론환경에 이런 낭만적인 출입처가 있느냐고 의아해할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업무문제에 관해선 얘기가 달라진다. 사건·사고를 매일 접하는 경찰기자들에게 게으름은 최대의 적이라는 게 상식. 당연히 일에 대한 치열함과 진지함이 기자실을 지배한다. 물먹기를 기다리는 기자가 어디 있겠는가. 나름대로 열심히 뛸 수밖에….

필자의 경험으론 넉넉한 분위기는 잦은 술자리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곳 기자들도 자주 어울려 술집을 찾는다. 이달초 출입처를 옮긴 모 방송의 ㅅ기자, 중앙지의 ㅎ기자, 보름전 일선서 형사과장으로 나간 전직 공보실장 등 몇몇 이들이 술좌석을 주도, 다수의 선량한 기자들을 고주망태로 만들어 놓곤 했다.

올해 초 얌전하기로 소문난 ㅈ기자는 점심자리에서 사고를 쳐 화제가 됐다. 점심때만 되면 불량(?)기자들의 소주폭탄주 공격을 받고 곤욕을 치르던 그 기자는 작심한 듯 소주로 수소폭탄주를 제조, 역습에 나섰다. 오후에 할 일이 있는 기자들조차 서슬퍼런 ㅈ기자의 기세에 압도돼 잔을 들 수밖에 없었다. 한잔, 두잔… 예닐곱잔 정도를 마셨을까. 그후의 상황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그날 제작을 구멍내 시말서를 썼다는 기자도 있다는데 사실확인은 되지 않았다.

‘검사’라는 별명을 가진 ㅎ기자도 기자실의 걸물이다. 선후배들을 술자리로 인도하는데 앞장서는 것은 물론, 모르는 게 없는 ‘만물박사’다. 어디서나 해박한 지식과 걸출한 말솜씨로 좌중을 평정, 기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굳이 단점을 지적하자면 한번 얘기를 꺼내면 옆사람이 말릴 때까지 그칠 줄 모른다는 점일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데 그가 다가와 “잘 써주면 술 한잔 사주고, 잘못쓰면 명예훼손으로 제소할거야”라는 얘기를 던질 정도.

출입기자 대부분이 적게는 3∼4명, 많게는 6∼7명의 경찰기자를 거느린 ‘캡틴’들인 만큼 술로 하루를 시작해 술로 하루를 끝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직도 ‘후배나 취재원은 술로 다스려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신념(?)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게 현실인 것이다.

아침에 술냄새를 풍기며 출근하고 점심에 속풀이로 한잔, 저녁에 또다시 졸병들을 불러모아 ‘부어라’ ‘마셔라’를 반복하고 있다. 언론인의 수명이 제일 짧다는데 단기간 내에 그 통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열심히 일하고 살가운 내음을 뿜어내는 이곳 기자실. 며칠후면 다른 출입처로 옮겨갈 필자는 이곳을 많이 그리워 할 것 같다.

박병선 매일신문 사회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