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도, 남들이 불러주기를 바라는 명칭이 ‘벤처기자’다.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금요일 4면을 IT 관련 기사로 섹션화한 ‘디지털 라이프’의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이전 부서에서도 지난 2년간 주 1회 한 판씩 정보통신 관련기사를 쓰기는 했지만 막상 전문적으로 취재를 하다보니 온갖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두 가지 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우선 취재 초기에 주요 취재원인 IT 벤처인들과 관련 기관·단체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참으로 의외였다. 지역에서 이런 취재를 전문적으로 한 기자가 전혀 없었던데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나이가 대부분인 IT 창업자들은 언론을 잘 모르는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그들이 기자들을 싫어하기 때문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관련 공무원들이나 단체 직원들은 나의 정체가 무엇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눌 때면 “어디 출입하십니까?”라는 질문이 꼭 따라 붙었다. 인터넷을 통해 취재가 모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주로 내근을 하시겠네요”라는 말도 뒤따랐다. 나의 출입처라고 한다면 유일하게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는 한국통신 충북본부를 비롯해 정보통신 관련업체, 관련 기관·단체 등 기사거리가 되는 모두가 해당된다. 이번 주에도 충북도, 청주시, 충북중소기업청과 청주상공회의소, 한국통신, 청주 IDC, 충북대, 충북경제포럼, 인터넷방송국, 그리고 인터넷을 출입(?)했다.
공보담당관도 없고 기자실도 없고, 같이 밥먹을 만큼 친해진 사람도 없고, 지난 겨울에는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썰렁했다.
그러나 이제 4개월째 들어서면서 심리적으로나 취재영역으로나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출입처 중심의 거점 취재방식 대신 주제별 종적 취재의 어려움을 실감한 것은 내 기자인생에서 기억 남을만하다는 자평과 함께.
다음은 내가 우물안 개구리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것이다. 기자 초년생부터 느꼈던 문제지만 짧은 식견으로 IT관련 취재를 한다는 것은 예상보다 어렵다. 주요 기사거리가 서울중심인데다 이메일로 수신하는 하루 50여건의 정보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니 지역실정을 바탕으로 한 분석과 전망을 내기가 쉽지 않다. 아는 건 부족한데 욕심은 많아 마감일이면 한숨과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배워야만 살아남을 것 같다.
그래도 좌충우돌형인 나의 취재방식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주는 선후배 기자들과 지역 IT 활성화에 힘을 쏟는 선도적인 취재원들 덕분에 이미 대내외적인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앞으로는 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밤새 일하고 나서도 나의 취재전화에 정성껏 응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도 흐뭇한 일이다.
내 경험이 새로운 스타일의 취재방식과 신문경영의 효율성 차원에서 다른 기자들과 경영진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