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회제도 가운데 가장 스펙트럼이 큰 것이 종교일 것이다. 숭고한 종교인의 경우 고 테레사 수녀의 경우와 같이 자신을 희생해 이웃을 돕는다. 그러나 종교가 타락할 경우 그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몇 년 전 발생한 미국 '천국의 문' 사건에서와 같이 집단자살로 끝을 맺는가 하면 일본 옴진리교 사건에서와 같이 독가스 테러를 일삼기도 한다. 만민중앙교회 신자들의 MBC 난입사건 역시 종교의 역작용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D수첩의 방송내용에 따르면,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주장은 우선 기독교 내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과 자신이 하나이며 자신이 부르면 예수까지 교회 집회에 참석한다는 주장은 자신을 신격화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생일에 하나님이 태양 주위에 띠를 두르고 금빛가루를 뿌려준다는 주장은 일반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이재록 목사의 행태는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목사가 자신의 고향에 있는 우물물이 병을 고치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해 신도들로부터 많은 돈을 뜯어내는가 하면 신도들의 인감으로 몰래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것은 혹세무민을 통해 치부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이 목사가 교회재정에 충당하기 위해 도박을 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가서는 더 이상 할 말을 잊을 수밖에 없었다.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은 MBC에 난입함으로써 자신들의 사이비성과 반사회성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됐다. 성경에는 왼뺨을 때릴 경우 오른뺨을 내밀라고 했다. 기독교식 문제해결 방법은 사랑과 평화이다. 방송국에 쳐들어가 난동을 피우는 것은 자신들의 기독교적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인 종교인들 역시 그 사회가 정한 정당한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 방송내용에 이의가 있다면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은 전혀 종교인다운 행동이 아니다.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그동안 사이비 종교를 고발해온 윤길룡 PD를 비롯한 PD수첩 관계자들의 용기와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구약시대에도 생명을 내걸고 종교지도자들의 타락을 경고한 언론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선지자들이었다. 성역없이 종교의 폐해를 고발하는 PD수첩은 이땅의 선지자라고 말해주고 싶다. 부디 용기 잃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혹세무민하는 종교를 고발해주기를바란다.
다른 종교인들 또한 이번 사건을 자성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만민중앙교회 사건도 따지고 보면 기복적이고 개인주의적인 한국종교계의 문제점이 드러난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서 종교인들이 비종교인들보다 더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인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종교단체의 건물은 갈수록 화려해지지만 종교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종교인들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되찾아 다시는 만민중앙교회와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거듭나는 한국종교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