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나의 추천작] 이안 감독 <와호장룡>

그림같은 액션과 함께 하는 인생·사랑

김용습 기자  2001.02.24 00:00:00

기사프린트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은 청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한 서사 무협영화다. 스승을 잃고 강호를 떠나려는 무림고수 리무바이(주윤발), 그를 사랑하는 여인이자 평생의 동지인 수련(양자경), 영웅만이 간직할 수 있는‘청명검’을 손에 넣어 자유롭게 살고픈 명문가 규수 용(장지이), 그리고 용을 사랑하는 마적 두목 호(장진)가 주인공이다.

사실 스토리는 단순한 편이다. 청명검을 훔친 용을 뒤쫓는 리무바이와 수련, 그 와중에 리무바이는 용이 스승을 죽인 파란여우의 수제자임을 알게 되고, 그런 용을 리무바이는 자신의 수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여기에 용과 호의 애틋한 사랑얘기가 곁들여진다.

이야기 구조만 보면 여타의 무협영화와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지만 ‘와호장룡’은 아주 특별하다.

우선 주인공들의 액션신들은 단순한 무(武)의 세계를 뛰어넘는다. 한편의 예술작품을 연상케할 만큼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심오하다. 그들의 몸짓과 대사에 깊은 내면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용이 보여주는 검술이 격렬하고 화려하고 당돌하다면 리무바이의 검술은 끝없이 인내하고 중용을 지키는 절제의 미학을 가르친다.

“진정으로 강한 건 부드러움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손을 꼭 움켜쥐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지만, 그 손을 펴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등 리무바이가 들려주는 말에는 주옥같은 교훈이 담겨있다. 이안 감독은 무술을 통해 인생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와호장룡’은 처연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슬픈 러브 스토리다. 사랑하면서도 끝내 그 결실을 맺지 못하고 마는 리무바이와 수련, 부모를 버리고서라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용과 호의 사랑은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특히 무당산에서 호와 하룻밤을 보낸 용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엔딩신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장지이의 앙큼하면서 도발적인 아름다움과 뒷짐을 진 채 부드럽게 칼끝을 놀리는 주윤발의 빛나는 카리스마를 감상할 수 있는 재미도 여간 아니다.

‘와호장룡’은 인생과 사랑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한 편의 그림같은 액션으로 보여주는 수작(秀作)이다. 아직 못 보신 분이 있다면 꼭 한 번 보시길.

김용습 스포츠서울 연예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