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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청부자살' 예리한 판단력 돋보인 수작

김창룡 교수  2001.02.24 02: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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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첫 번째 ‘이달의 기자상’ 심사대상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가 응모했지만 그 심사열기는 두 분야에서 1위 동점자가 복수로 나올 정도로 뜨거웠다.

취재와 기획보도 분야는 각각 8편과 10편의 작품이 응모, 치열한 경합을 벌인 반면 지역취재보도와 지역기획보도는 4편과 2편으로 비교적 수월한 경쟁구도가 됐다.

먼저 취재보도부문에서 예선 1위를 한 작품은 ‘청부자살(경향신문)’과 ‘기아, 리콜 대상 은폐(KBS)’이며 평점이 8.35점(10점 만점)으로 똑같았다. ‘청부자살’기사는 인터넷 범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연계시키기 힘든 자살사건들을 기자의 예리한 판단력과 노력으로 상호연관성과 자살사이트 등을 찾아내 의제화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반해 ‘기아리콜…’ 기사는 힘든 취재과정에도 불구하고 기자정신이 발휘된 우수한 작품으로 공통된 평가를 받았으나 소비자를 위한 사후 서비스 보도가 부족했다는 점이 감점요인이 됐다.

기획보도부문은 상대적으로 많은 작품 경합으로 역시 경쟁이 불꽃튀었다. 예선 1위를 차지한 ‘남미로부터의 교훈(문화일보)’과 ‘주민등록무적자 64만명(중앙일보)’ 두 작품은 최종결선에서 뒤집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평균점수(8.33점)는 두 작품 모두 같았으나 총점에서 ‘남미…’ 기사(125.0)가 ‘주민등록…’(116.6)보다 8.4점 앞섰다. ‘남미…’ 기사는 한국이 경제위기때마다 남미를 들먹이지만 제대로 남미경제에 대한 심층분석이 없었다는 점에서 또 시의성이 뛰어났고 기사내용도 충실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기사는 ‘주민등록…’이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며 행정자치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최종순간 우승의 자리에서 밀려나야 했다. 비록 기자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취재의 사각지대인 중남미 지역에 대해 심층적인 기사를 충실하게 선보였다는 점은 크게 칭찬받아야 할 것 같다.

지역취재보도부문은 싱겁게 초반에 승부가 났다. ‘간호학원장 뇌물장부 파문(전남일보)’이 집요한 기자의 추적정신과 성의있는 취재를 인정받아 2위와의 격차를 보이며 기자상을 받게 됐다.

지역기획보도는 두 작품 모두 동아일보에서 나왔고 수월한 승부가 예상됐으나 의외로 열띤 경합이 붙었다. 예선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작품 ‘대전8경, 장태산을 살립시다’ 연속보도와 ‘안면도 해안사구를 살리자’는 환경의중요성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안면도…’가 최종적으로 선정된 것은 좀 더 작품이 전문적으로 접근, 체계적인 보도를 해냈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된 것 같다.

심사 후 일부 심사위원은 한국 언론의 ‘쉰들러’ 용어 남발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앞으로 공적설명서에 타 언론의 선행보도 여부와 보도후원 여부를 명시해서 시시비비를 일차적으로 신청자가 분명히 밝히는 과정을 갖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지역기획보도마저 중앙언론사에서 독점 지원, 수상하는 이례적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