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문사 기자는 “편집권 독립도 먹고 살만 할 때 고민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언론사의 생존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선뜻 당장의 주요 과제로 꼽기 힘든 문제라는 토로다.
한 경제부 기자의 말도 궤를 같이 한다. “지금처럼 생존논리가 압도하는 상황에선 더욱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회사 존립이 걸린 문제다. 광고 하나에 편집권 독립은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실인식에 비해 편집권 독립을 위한 방안은 상대적으로 ‘머나먼 길’로 받아들여지는 면이 없지 않다.
“일단 사주(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시급한 것 아닌가. 경영마인드를 갖춘 기자 출신의 사장들을 배출함으로써 편집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는, 소유-경영 분리를 우선시하는 입장의 다른 한편 과도한 광고수익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체질개선론’도 제기된다.
이같은 장기적인 처방 외에 현재 진행 중인 시도들도 있다. 먼저 편집국장 선출에 대한 제도적 개선 작업을 들 수 있다. 부산일보에 이어 최근 경남신문에서는 편집국장 복수추천제를 도입했으며 경향신문, 대한매일, 한겨레 등에서는 편집국장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한매일에서 추진하는 ‘제보심사위원회’ 구성도 주목되는 움직임이다. 대한매일은 편집국 간부 5명으로 제보심사위를 구성, 보도와 관련한 외부 청탁이나 압력 등이 들어올 경우 타탕성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 과정을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이같은 장·단기 처방들은 편집권 독립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진되어야 할 과제임을 보여준다.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에서 입법청원한 정기간행물법 개정안에 편집규약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외부압력이나 경영진의 간섭을 막고 편집의 공공성·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같은 수의 사업자와 기자 대표들로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한국언론2000년위원회 역시 <한국언론보고서>에서 편집권 독립을 위한 장치는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해외의 법규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보고서에서 제시한 사례는 ▷편집인의 의무와 권리, 편집인과 소유인의 책임 등을 규정한 영국의 ‘출판과 인쇄에 관한 일반규정’ ▷소유주의 임명권과 관계 없이 책임편집인이 그 의사에 반하는 어떠한 것도 출판할 수 없다고 규정한 스웨던의 ‘출판자유법’등이다.
멀지만 가야할 길, 생존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기자들은 최대 과제를 편집권 독립으로 꼽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문순)이 지난 6∼7일 전국의 기자 3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가장 많은 50.3%가 그렇게 답했다. 편집권 독립은 기자들에게 여전히 언론사 안팎의 다양한 경로와 노력을 통해 점령해야 할 고지임을 재확인 시켜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