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특정 정파 편들기 식의 보도로는 결코 1등 신문이 될 수 없다”며 ‘불편 부당’한 지면 제작을 강조했다.
홍 회장은 최근 편집국장, 부국장, 각 부 부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잘못된 보도의 대표적 사례로 과거 선거의 ‘대통령 만들기 보도’를 들면서 “특정 정파의 편을 든다면 결코 1등 신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다가오는 대선 정국과 관련,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보도를 간부들에게 강하게 주문했다. 홍 회장은 “과거에 일부 신문이 특정 후보를 지지했지만 결과가 좋은 적이 없었다”며 “선거 때 신문이 특정 후보를 지원해서도 안되지만 지원한다고 해서 실제로 구체적인 혜택을 받은 게 무엇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홍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대선과 관련, 중앙일보가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언론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홍 회장의 이같은 발언의 배경에 관심을 표명하는 한편 앞으로 중앙일보의 지면 변화에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중앙일보의 한 부장급 간부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사주가 이런 생각을 간부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홍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편집위원회 구성, 사외이사제 도입 등을 밝히며 전직원들에게 보낸 서신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사내 개혁작업에 사주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1등 신문’을 위한 분위기 쇄신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한편 중앙일보 편집위원회는 지난 2일 오전 9시 30분 첫 회의를 갖고 이후의 활동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편집인, 주필, 편집국장, 논설실장, 노조 공보위 간사 등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날 회의를 주재한 이제훈 사장은 “전 언론계가 편집위원회를 주목하고 있다”며 “외압·내압 모두를 배격하고 오직 독자를 위해서 노력하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편집위원회의 위상을 ‘제작 및 편집에 대한 최고 정책 결정기구’로 규정하고 ‘합의제’를 통한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했다. 편집위원회는 지면 제작 방향과 방침을 결정하고 지면 점검을 비롯한 구체적인 사안까지 논의하며 매월 1·3주 금요일에 회의를 갖되 필요한 사안에 따라서는 임시회의를 열 계획이다.
한편 노조는 지난달 14일 대의원대회에서 편집위원회 참여를결정하고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형식적 참여에 그칠 경우 참여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