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송법은 시청자가 직접 기획·제작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KBS가 월 100분 이상 편성하고 운영은 KBS시청자위원회가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운영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심의주체와 제작비 지급 방식 등의 문제를 놓고 KBS, 방송위원회, 시민단체의 해석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방송법 규정이 미비한데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어 운영지침 제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KBS는 지난해 10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기준을 발표하고 KBS시청자위원회 산하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이하 운영협)를 구성했으며 오는 3월 중순까지 세부적인 운영지침을 마련해 방송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KBS는 이미 지난해 가을 ‘열린채널’로 프로그램 명을 확정하고 매주 토요일 4시에 편성했지만 구체적인 운영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방송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제작비 지원 방식=현재까지 합의된 운영지침에 따르면 이미 완성된 작품을 방송할 경우 제작자는 편당 최대 1000만원(세금 포함)까지 사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전 지원은 신용있는 개인과 공신력 있는 단체로만 한정했고 최종 선정에서 탈락할 경우엔 사전 지원한 제작비는 모두 환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시청자들이 쉽게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을 활성화하려면 사전에 지원받은 제작비는 다시 환수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심의 주체와 권한=KBS와 방송위는 “방송법상 예외조항이 없기 때문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역시 방송사업자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KBS 심의는 방송적합성 여부를 검토하는 일종의 여과장치이지 강제조항이 되선 곤란하다”며 “KBS의 심의 내용을 이행할지 여부는 운영협에서 최종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KBS가 사전 심의의 최종 권한을 갖게 되면 퍼블릭액세스권 보장이라는 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외국 사례=미국의 케이블TV에서 운영하는 액세스프로그램은 무차별 선착순 원리에 따라 방송되며 내용의 책임은 전적으로 제작자에게 있다. 공중파인 영국 BBC의 경우는 시청자가 기획과 연출권만 갖고 제작은 사장직속 특별제작팀에서 담당한다. 결국 우리처럼 시청자가기획·연출·제작한 프로그램을 공중파가 편성만 해 방송하는 방식은 새로운 시도인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공중파 방송에서 미국 케이블TV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시청자의 액세스권 보장이라는 취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운영협 위원인 송덕호 민언련 대안TV 대표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격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자칫 또 하나의 외주제작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송 대표는 “비록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공공성과 공익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정하려는 KBS와 운영협의 의지가 있을 때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