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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 인권보고서 '자의적 해석'

김상철 기자  2001.03.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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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인권보고서와 관련, 언론이 자의적인 해석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26일 공개된 미 국무부 2000년 인권보고서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조선일보는 27일자 1면에 “한국정부 언론 간접통제”라는 제목으로 “한국정부의 최근 언론기업에 대한 압력은 신문과 방송이 몇몇 경우에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기 검열(self-censor)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여전히 믿고 있다”고 인권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반면 인권보고서 내용은 조선일보 보도내용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보고서는 언론자유 부분에서 “한국정부는 언론매체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인 영향력(influence)의 행사를 계속하고 있으며…기업 세무조사에 대한 잠재적(latent) 위협과 광고주들에 대한 압력은 아직도 몇몇 경우 신문과 방송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기 검열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간접 통제’와 ‘최근(latest)의 세무조사’를 거론한 바는 없었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취재기자의 착오라고 해명하며 다음날인 28일자 신문에 인권보고서를 요약해 게재했다. 그러나 이같은 착오는 국무부 인권보고서 작성 과정과 전년도 보고서를 참고해도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권보고서는 해당 국가의 미 대사관에서 자료를 취합, 전달하면 국무부에서 통상 매년 가을경 이를 정리해 제작한다. 이번 보고서 역시 2000년 가을까지 상황을 정리한 것이고 이후 추가된 사안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기업 세무조사에 대한 잠재적 위협’ 역시 96년경부터 해마다 언급돼왔던 내용이었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지난해 2월 29일자 2면에 99년 보고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며 “한국정부는 언론에 대해 직접 통제는 하지 않지만 세무조사 위협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언론계에서 인권보고서 관련 보도태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연주 한겨레 논설주간은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신문들이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면이 있다”면서 “더구나 내용을 자의적으로 인용하거나 거두절미하고 한 부분만 부각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특파원을 거친 한 기자도 “기본적으로 미국이 해마다 190여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자료내용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단순 속보위주의 보도는 자료의 정확성과 질을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