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이 ‘해외 매각’ 중심의 사용자측 편향보도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한 1750명이 정리해고 되면서 격렬한 항의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최근의 사태를 보도하면서 현장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단순 나열식 중계에 그쳐 불만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경찰의 부평 공장 농성 진압 당시 신문들은 ‘노조 지도부가 공권력 투입 전에 먼저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일섭 노조 위원장과 강인희 사무국장이 공장을 빠져 나온 것은 시위 진압 다음 날인 20일로 확인됐다.
진압 과정에서 노조측 부상자를 보도한 언론사도 없었다. 노조 집계에 따르면 18·19일 이틀동안 20명의 조합원이 다쳤으며 이중 김용환(조립1부)씨는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실명 위기에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사진 기자들이 가까이서 현장을 찍었다”면서 “경찰을 고발하기 위해 언론사 기자 2명에게 촬영 사진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20일 산곡성당에 진입한 경찰의 공권력 행사도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축소된 보도의 사례로 꼽힌다. 당시 현장을 직접 취재해 보도한 언론사는 지방 신문을 포함해 연합뉴스와 경향신문, MBC. 첫 보도를 낸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은 단신으로 다루거나 기사 말미에 간단하게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축소보도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것은 지난 23일 출국한 ‘김우중 체포조’ 관련 기사.
이들의 출국을 당일 보도한 것은 KBS 9시 뉴스의 단신 기사뿐이었으며 MBC와 SBS는 프랑스 입국 기사를 24일 아침 뉴스와 저녁 8시 뉴스에서 각각 다뤘다.
신문도 대한매일, 세계, 한겨레, 한국을 제외하곤 보도하지 않았으며 동아일보는 초판에서 사회면 사진기사로 다뤘다가 시내판부터 다른 기사로 대체했다.
반면 프랑스 현지의 공영방송인 제2TV·제3TV와 ‘르몽드’, ‘리베라시옹’ 등은 이들의 활동을 연일 보도하고 있으며 뉴스전문 케이블TV인 ‘LCI’는 생방송을 내보내고 TV방송국 ‘카날+’는 체포대와 동행취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우 사태 보도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는 보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99년 7월 23일 이후 언론재단 뉴스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KINDS’에 ‘대우자동차’라는 키워드로 올라있는 기사는 모두 7191건. 7월 23일은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설이 GM 합작투자 유치설과함께 언론에 첫 보도됐던 날이다. 보도 건수만 보더라도 이때부터 2001년 2월 현재까지 10개 중앙일간지는 한달 평균 42.3건의 대우 관련 기사를 써 온 셈이다. 그러나 이들 기사는 ‘대우차 매각협상 급진전’ 등의 내용이 대부분을 이뤄 협상의 입장 차 정리나 단순 중계가 대부분을 이뤘다. 공적 자금의 행방을 추적한 기사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우자동차의 자구책을 촉구한 기사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검색된 기사 중에서 사설이나 기자칼럼 등은 스트레이트 보도량에 비하면 극히 적었으며 그나마도 ‘대우차 해외매각만이 해법’ 등의 일방적인 견해가 주류를 이뤘다. 이같은 기사들은 정리해고를 기정사실화하는 여론 몰이에 언론이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우자동차 노조는 “경영혁신이나 인력 감축의 필요성 등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 인력감축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와 노동자의 희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 등을 따져주는 기사가 아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지막 노사 협상이 결렬된 지난달 15일 노조는 희망퇴직자를 받되 위로금을 노사 공동 부담으로 하고 무급 순환휴직제를 검토하자고 밝혔다. 그러나 “인원 정리 계획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며 사측이 거부한 이 안을 두고 대부분의 신문은 “노조가 인원 감축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깨졌다”고 보도했다.
한 경제부 기자는 “경제부 기자들이 대규모 인원정리가 필요하다는 답을 미리 정하고 취재에 임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이런 접근 방식이 “심층적인 취재를 가로막았다”라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그러나 매월 2000억원 씩 적자가 나는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지 못한다면 제도 자체가 쓸모없는 것이며 보다 중요한 것은 실업 이후의 사회안전망”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뒤늦은 후회지만 노조 간부들은 ‘우리가 구조조정에 대해 조금만 더 연구했더라면 채권단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반성을 한다”면서 “그런데 언론은 왜 반성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