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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남과 북의 기자들

이현종 기자  2001.03.03 0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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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통일부를 출입하고 있는 필자는 다른 기자들보다 북측 기자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각종 회담과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북한에 갈 기회도 많아지고 자주 얼굴을 보는 일부 북한 기자들과는 ‘형님, 아우’하며 친하게 지내기도 한다.

지난달 26일부터 2박3일 동안 진행된 제3차 남북이산가족 교환방문때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첫 평양방문이라 바짝 긴장했지만 낯이 익은 북측 기자들을 만나면서 한층 누그러뜨릴수 있었다. 남북의 기자들이 그 역할에서 차이는 있지만 인간적인 거리감이 점차 좁혀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해 1차 이산가족 방문단 행사때만 해도 서울에 온 북측 기자들은 남측 기자들의 취재 경쟁에 혀를 내둘렀다.

특히 몸싸움을 해본적 없고 취재 경쟁이라는 것은 경험해 본적이 없는 북측 기자들은 우리 기자들과는 처음부터 경쟁이 되지 않았다.

평양에서 취재 할 때도 북측 안내원들은 남측 기자들의 재빠른 움직임 때문에 번번히 놓치는 경우가 많아 상부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방문길에 만난 한 북측 안내원은 “남쪽 기자들은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사라져 도대체 쫓아 다니기가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또 회담이 열릴 때도 북측 기자들은 남측 기자들과 같은 취재활동은 별로 하지 않는다. 회담 결과만 보도하는 일반적인 관례 때문인지 회담 내내 별다른 취재 의욕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한 북측 기자는 “남측 기자들은 뭐가 그렇게 바쁘냐. 결속(종결)하면 기사를 쓰면되지 뭐 쓸게 많으냐”고 의아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2·3차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각종 회담이 열리면서 북측 기자들도 예전보다 훨씬 경쟁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북측 사진·카메라 기자들이 남측 기자들과 자리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북측 매체들의 보도시간도 예전에 보통 하루나 이틀이 지난 뒤에야 하던 것에서 훨씬 빨라졌다. 남북의 교류가 북측 기자들에게 경쟁시스템을 공부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평양취재길에 만난 한 북측 기자는 “스케치 기사는 어떻게 쓰는 것이냐”는 등 남측의 기사 스타일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과 회담 등몇차례 기회를 통해 남북의 기자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값진 경험들을 나누고 있다. 보다 많은 남북의 기자들이 서로 오가며 이해의 폭을 넓혀 간다면 이는 곧 남북의 거리를 좁히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