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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이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

정창교 국민 기자,자폐아 육아일기 펴내

박주선 기자  2001.03.03 05: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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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빌리 엘리엇’에 나오는 아버지의 아들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는 입소문이 무성하다. 지난달 말 광화문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정창교 국민일보 전국부 기자는 그 아버지와 많이 닮아 보였다. 정 기자가 부인 신영미씨와 올 초 발간한 ‘우리 아이가 눈을 맞춰요’에는 자폐아인 아들을 키우는 부모의 따뜻한 정이 그대로 배어 있다.

“1993년 3월 30일. 마침내 우리 아이가 태어났다. (중략) 아내는 1주일만에 아기에게 젖을 주기 위해 신생아실로 갔다. 그런데 옆의 산모가 울기 시작했다. 왜 그런가 봤더니 아기가 언청이였다.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아내는 눈코입 어느 한군데 모자람 없이 태어난 우리 아기를 안고서 안도감을 느끼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애가 훨씬 나은 걸. 언청이는 수술하면 되지만 우리 아이는 수술조차 할 수 없으니….”(‘우리 아이가 눈을 맞춰요’ 중)

95년 아이의 장애를 진단받고 지금까지 정 기자 부부는 의원이를 위해 대전에서 원당, 평촌, 인천으로 장애아 교육에 좋다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갔다. 지난 9년여간 때론 절망적인 순간도 많았지만 정 기자 부부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많이 울었죠. 가슴이 막막할 때도 많았고. 요즘은 하나님이 장애인을 위해 일하라고 의원이를 보내주셨구나 생각해요.”

요즘 정 기자는 자폐 치료의 현실적 대안이 통합교육이라며 이를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통합교육이란 장애아동을 보조교사의 도움으로 일반학교에서 교육받게 하는 제도. 정 기자가 책을 발간한 것도 그 운동의 연장선이다.

지난해에는 인천시의 한 장애운동단체와 인천시에 공동으로 건의를 해 국내 최초로 보조교사제를 운영하는 통합교육을 선보이는 데 일조했다. 오늘도 통합교육을 알리기 위해 KBS ‘아침마당’ 출연 논의차 방송국을 다녀왔다.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을 위한 제도가 너무나 미비해요. 관심을 가지면 적은 돈으로도 좋은 제도를 도입할 수 있어요. 기자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 기자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기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만날 수 있고 사회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기자들이 누구보다도 그 역할을 하기 쉽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의원이와 딸 그리고 부인이 의원이의 치료를 위해미국으로 가면서 정 기자는 요즘 혼자 지낸다.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의원이 목소리를 들을 때면 저절로 행복해진다는 정 기자는 한 아이의 아빠에서 자폐아 치료 전문가로 변해가는 것 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