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메일 아이디는 ‘ofcourse’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당근이지’가 된다. 스포츠형에 가까운 머리에 약간은 역삼각형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아작아작 소리를 내며 씹힐 당근이 딱 떠오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의 이성한 선배는 무려 2년을 넘게 시경캡을 지냈다. 남들은 6개월만 해도 ‘악’소리가 날 시경캡을 이만큼이나 하게 된 데에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이 선배 밑에서 경찰기자를 지낸 한 기자는 “이 선배는 기자들을 관리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후배들의 어려움을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고 팀원들의 사기 진작과 친목 도모에 늘 힘써 언제나 일할 맛 나는 팀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워낙 서글서글하고 부드러운 성격이다 보니 경찰들과 타사 캡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아울러 기자 같은 ‘저 낮은 곳의’ 타사 경찰기자들조차도 무척이나 존경했었다.
얼마전 이 선배는 노동부로 자리를 옮겼다. 좀더 나은 출입처도 있으련만 굳이 기사 출고량이 많은 노동부를 택했다.
이 선배가 노동부로 가고 얼마되지 않아 연합뉴스 경찰팀 YB와 OB들이 이 선배를 환송하는 술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이 선배는 눈물을 글썽여야 했다. 이 선배를 거쳐갔던 무려 30명이 넘는 모든 사스마리들이 함께 만든 감사패가 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동안 경찰팀 캡으로 고생한 당신을 우리의 영원한 선배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앞으로 훌륭한 대기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가영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