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적 정비를 추진하고 이를 운용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기자들의 역할은 남는다. 반면 정기간행물법 개정을 통한 소유구조 개편, 편집권 독립 명문화, 시장 정상화 등 언론개혁을 둘러싼 과제들이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일선 기자들의 참여나 논의의 공간은 채워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한 신문사 기자는 이같은 처지를 솔직히 토로했다. “언론개혁이라는 말은 멀게 느껴진다. 그런 식의 거대담론은 원론적으로 항존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기본으로 돌아가 사실보도에 신경 쓰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또 다른 신문사 차장의 말도 궤를 같이 한다. “대다수 기자들은 자기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효율성, 생산성을 강조하는 마당에 기자들에게 지금 이상의 것을 바란다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똑같은 현실론에 기대더라도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제기는 기자의 본분에서 출발한다.
한 기자는 “언론환경이 제대로 정비된다고 한들, 기자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오히려 기존 편집국 시스템과 안팎의 환경이 기자들로 하여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도 지사적 기자관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사주 영향력 배제, 편집국장 직선제 등의 장치를 마련해두고 스스로 자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한 신문사 차장의 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제도개혁을 누가 이끌 것인가, 라는 문제는 여전히 빠져있다.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기자들 일각에서는 개혁이든 개선이든, ‘변화’ 필요성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 신문사 기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사회의 변화발전 속도와 방향을 고려하면 언론의 자기변신 노력은 상대적으로 답보를 거듭했다. 시장의 흐름을 보아도 언론은 생존을 위해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편집평의회나 편집위원회 구성, 편집국장 직선제 도입, ABC 가입 등 몇몇 신문사에서 도입하거나 시행 중에 있는 사안들 역시 이같은 변화요구를 인식하고 소화해나가는 조치라는 것이다.
또다른 기자도 “언론개혁에 대한 요구만큼이나 시장논리에 따른 변화 역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자기변신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시장논리에 따르든, 개혁과제에부응하든 언론의 변화는 불가피하고 기자들 역시 그렇다는 설명이다.
기자들은 이제 개혁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방향을 두고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분명한 것은 시민언론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해오며 점차 구체화하고 있는 언론개혁 과제가 여전히 기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