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창사기념품 친구회사 선정 압력

KBS노조 이용택 위원장...선정위 결정 뒤집어

서정은 기자  2001.03.10 13:31:10

기사프린트

KBS가 창사기념품으로 사원들에게 지급하려던 컨퍼런스폰(다자간 회의용 전화기) 선정 과정에서 이용택 노조위원장이 회사측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아울러 컨퍼런스폰 업체의 회장이 이 위원장과 친구인 것으로 확인돼 의혹의 눈길이 더욱 쏠리고 있다.

노조 한 중앙위원은 “2월 2일 열린 창사기념품 선정위원회에서 복수품목(DVD플레이어와 컨퍼런스폰)을 결정했는데도 이 위원장은 총무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컨퍼런스폰이 단일품목이 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으며 총무국장이 이를 거절하자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사장이 총무국장에게 선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다른 중앙위원도 “조합원들의 의문과 비난이 쏟아지자 노조는 선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더니 뒤늦게 이 위원장이 총무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선정에 개입했음을 시인했으며 컨퍼런스폰 제조사의 조아무개 회장이 이 위원장의 군대 친구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부사장을 통한 간접 압력 의혹에 대해서는 이 위원장이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정황 근거가 충분한 만큼 노조 차원의 진상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용택 위원장은 “총무국장에게 전화한 것은 공기업 제품을 선정하면 좋겠다는 권유였을 뿐이며 부사장에게 전화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복수품목이 다시 단일품목으로 변경되면서 의혹이 생긴 것 같다. 어쨌든 총무국장에게 전화한 것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은 느낀다”고 해명했다.

KBS는 지난달 말 지역총국부터 컨퍼런스폰 지급을 시작했지만 가정내 활용도에 대한 불만으로 사원들의 반납이 속출하면서 지급을 전면 중단했다.

이 컨퍼런스폰은 한국통신 사내벤처기업인 이앤텔 제품으로 국내엔 아직 시판되지 않았으며 일반전화기로 겸용이 가능한 회의용 전화기이다.

KBS 직원들은 “전화기 없는 집이 없는데 일반인에게 생소한 회의용 전화기를 지급한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며 “부부사원들은 회의용 전화기 두 대를 어디에 쓰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직원들은 또 “그동안 두가지 중에 선택하거나 상품권으로 지급해오던 것을 갑자기 단일품목으로 바꾼 것도 불만이지만 용도마저 불투명한 전화기를 선정한 것도 과정이 의심스럽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컨퍼런스폰의 시중가는 50여만원이며 KBS가 6000여대를 구입하는 조건으로 대당25만원선에 계약, 총 15억여원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