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복도를 지나다 보면 가끔 창문 너머로 금남로의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금남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 그리고 시민군을 향한 발포. 20년이 흘렀지만 옥상까지 가건물이 들어선 낡은 건물로 남아 있어서 그런지 이 곳에 들어서면 80년 5월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실·국을 찾아다니기 위해 미로 같은 좁은 복도를 지나다 보면, 순간 시민군을 만날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그 역사의 건물 한켠에 자리잡은 전남도청 기자실.
중앙사와 지방사를 포함해 신문사 출입기자 24명, 방송사 12명 등 모두 36명의 취재 열기가 뜨겁다. 중앙과 지방 기자실이 분리돼 있고 방송 기자실도 독립 운영되고 있다. 공보관 등 20여명의 홍보실 직원들이 도정을 알리고 있으며 기자실 바로 옆에는 ENG 등 각종 촬영 장비와 영상 편집실을 갖춘 소형 방송국이 들어서 있다.
7개국 36개과의 본청과 농업기술원 등 3개의 직속기관, 각종 사업소에다, 내륙과 바다 수천개의 섬 지역을 관할하는 22개 시·군. 2만여명의 공무원들이 쏟아내는 어마어마한 정보량에 출입기자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고 직접 발로 뛰지 않고는 좋은 기사를 쓸 수가 없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도청 출입기자들의 평균 연령은 40대가 주류였다. 그러나 지금은 30대가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젊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 기자실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다.
고스톱과 낮잠 천국의 기자실, 실·국장들이 한번쯤 들러 적당히 잃어주는 게 예의(?)였던 모습은 추억의 그림이 됐다.
인구 130만명의 광주에 지방 신문사만 10개,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언론사 창업 붐에 지면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민방 설립으로 촉발된 시청률 경쟁 역시 방송사 기자들의 업무 강도를 더욱 높게 하고 있다. 특히 도정 분야가 일반행정에서 농·수산, 건설, 재해 등 작은 정부기능이 함축돼 있기 때문에 기자들의 할 일은 그만큼 많다. 지방자치시대 이후에는 선거 등 정치 분야의 이슈도 놓칠 수 없는 취재거리가 됐다.
최근 이곳 출입기자들의 눈과 귀는 도정의 양대 축으로 떠오른 도청 이전과 2010년 세계박람회에 집중돼 있다.
도청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 언제 어떤 폭발력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박람회는 2010년에 열리는 일이지만 개최국을 결정하는 투표가 내년말로 다가와 서서히 열기가 뜨거워지고있다.
그러나 전남을 농도라고 말하듯이 전남도청 출입기자들의 가장 중요한 취재영역은 역시 농촌이다.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 사회의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점을 제시하기 위해 22개 시·군을 돌아다니며 현장성 있는 기사 발굴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몸은 고달프지만 답답한 용역 보고회 보다는 푸른 들을 보고 어머니 같은 농민을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듣는 것은 새로운 충전이 되기도 한다.
40여명의 출입기자가 한자리에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기는 사실상 힘들다. 그래서 처음에는 2∼3명이 어울려 술을 마시지만 광주의 중심 금남로의 특성상 한참 술을 마시다 보면 오고 가는 사람이 끼여들어 몇사람씩 불어나 있다.
이제 그 도청이 금남로를 떠나려 하고 있어 이런 풍경도 과거의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