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신화의 주인공에서 후안무치한 경영주로 전락한 김우중씨와 그 일가의 부동산 추적은 끈기와의 싸움이었다. 특히 수북히 쌓인 등기부와 토지대장, 지적도를 바탕으로 어디에 얼마나 그리고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숫자와의 싸움이기도 했다.
취재를 시작하게 된 것은 김우중 체포대가 김씨 자택을 방문, “부정축재자의 재산을 추징해야 한다”는 시위에서부터 시작됐다.
아들과 아버지의 집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모든 취재가 끝난 후였지만 당시에는 아들 문패로 돼있어서 김 회장의 집인 줄은 몰랐다.
시경 캡이 “재산을 숨기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며 부동산을 추적해 보라고 했다.
개인의 부동산을 추적하는 게 쉬울 리 있겠는가.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열람해 본 등기부에 김 회장 집이 종토세 미납으로 압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금액은 5000여만원. 방배동 자택이 불과 400평인데 비해 너무 많은 액수가 아닌가. 분명 다른 곳에 부동산이 더 있음을 예상했다. 게다가 한 부동산 업자는 안산에 김 회장 소유의 부동산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확인해 보니 모 신문에 1000평 정도의 크기라고 보도한 적이 있었다.
안산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를 탐방하면서 ‘대우농장의 부동산 판매시도’, ‘대우직원들이 명의를 빌려줄 사람을 찾았다’는 등 안산 수암동에서 벌어졌던 야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를 통해 김 회장이 소유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우농장의 주소를 확보하고 안산 등기소에서 등기부 확인을 거쳤다. 김 회장 소유의 부동산이 무더기로 나왔고 부인 정희자씨, ㈜대우의 부동산이 덩달아 나왔다. 안산시청 지적과를 통해 확인을 해보니 이 곳이 토지구획정리사업 예정지인데 대우농장 일부가 이곳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다시 지적도를 꺼내 놓고 대조작업을 벌였다.
보름정도 걸린 취재가 기사로 보도되기까지 과정은 여기까지다. 수많은 취재원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김 회장 부동산 공개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부동산은 그나마 밝혀낼 수 있었지만 동산은 도대체 얼마를 숨겨놓았는지 발견할 수 없었다.
“은행 규정상 대출해줘서는 안되는 돈이 대우계열로 흘러갔다. 대략 우리은행이 대우에 대출해 준 전체금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이다. 이 돈이 해외에 설립한 유령회사로 흘러갔거나 소액채권을 분산 구입했을 경우 도저히 찾을 길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