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인 조선일보는 이미 서울지검에 형사소송을 냈고,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당사자인 동아일보도 민·형사 소송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선일보의 지적대로 한겨레의 의도가 과연 악의적이었는지는 지면만으로는 알 길이 없다. 의도야 어떻든 한겨레의 보도가 사실을 왜곡했다면 한겨레는 그에 대한 비판을 감수하는 것은 물론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겨레의 보도가 만일 사실이라면 다른 두 신문의 법적 대응 움직임은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무모한 기도가 될 것이다. 신문사가 아닌 기업, 신문사주가 아닌 기업주가 이런 의혹들을 사고 있다면 검찰이 그냥 있었을리 만무하다.
우리는 한겨레의 보도가 그 동안 금기시돼 온 신문사주의 빗나간 행태를 다룸으로써 언론 관련 보도의 지평을 넓혔다고 본다. 언론 보도엔 어떤 금역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 더욱이 언론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사주의 전횡은 언론 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그런 마당에 사주를 공격하는 것은 정당한 보도가 아니라는 식의 비판을 우리는 수긍할 수 없다. 매체간의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일부의 충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악취가 나는 데도 서로 덮어 주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부패를 조장하는 것이다. 언론권력의 실상을 둘러싼 공방으로 해당 신문들의 지면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 개혁은 우리 사회의 어느 현안 못지 않게 중요한 화두이다. 더욱이 한겨레는 언론 개혁의 기치를 내 걸고 탄생한 신문이다. 그런 신문 하나가 한시적으로 이 문제에 천착한다고 국민의 알 권리가 위축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 개혁은 다른 부문의 개혁을 촉발하고 나아가 견인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 개혁은 개혁의 마지막 단추라고도 할 수 있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언론 개혁 없는 개혁이란 미완의 개혁일 뿐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이 난투극·난타전이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우리 역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어느 신문이라고 흠이 없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 ‘젊은’ 신문이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사실 과거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 수립 후 태어난 신문은 친일의 혐의로부터 홀가분할 수밖에 없다.해방공간에 존재하지 않았던 신문은 레드 컴플렉스로부터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동료 언론 종사자들에게 10년 후 우리 언론의 모습을 꿈꿔 보자고 권하고 싶다. 그 때도 신문사들이 국민성금 유용 시비에 휘말리고, 신문사주들이 세금 포탈 의혹에 시달려서야 되겠는가? 그 때도 대선 편파 보도로 지탄을 받을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