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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중단`대비`100억`대출`

안기부 "기업 등에 압력" … 광고 30% 감소

김 현 기자  2001.03.17 11: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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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의 한겨레 광고 탄압 계획이 한겨레신문 보도로 밝혀지면서 언론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안기부의 이같은 계획은 안기부가 광고주를 상대로 실제 집행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또 한겨레는 이같은 안기부 공작에 정면 대응 방침을 세우고 100억원의 광고수익 대체자금을 조성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겨레신문 종합분석’ 문건에 따르면 안기부는 ▷정부 부처 및 산하 정부 투자기관의 한겨레 광고 중단 ▷대기업 광고의 점진적인 감소 유도 등의 한겨레 광고 압박 방법을 세웠다.

그리고 96년 4/4분기 한겨레 광고는 안기부의 이같은 대책대로 대기업과 정부 투자기관의 광고가 급격히 줄었다.

실제로 96년 말 경 한달에 5억여원의 광고를 게재하던 모 그룹의 경우 갑자기 수천만원대로 광고료가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한겨레에는 “안기부 때문에 광고를 주지 못하겠다”는 몇몇 기업의 의사 전달이 있었으며 일주일 사이에 30~40건의 대그룹 광고 수주가 빠져나가기도 했다. 모든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던 한 정부투자기관은 한겨레 광고만 뺐다. 한겨레21은 96년 10월경 30% 정도의 광고수익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를 겪었다.

광고국 직원들이 올린 당시의 일일 보고서에는 ‘안기부가 광고 중단을 요구했다’, ‘사장이 광고 게재를 지시했다’고 밝힌 기업체 광고부 직원들의 증언이 담겨있다. 한겨레를 퇴직한 한 고위간부는 “안기부 직원들이 광고주 회사 사장을 만나 한겨레 광고 내역을 요구하고 ‘한겨레에 광고를 싣지 말라’는 경고를 했던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같은 안기부 압력의 배후로 당시 한겨레 내부에서는 ‘청와대’를 지목했다.

‘청와대 배후설’은 경복고 출신의 대그룹 계열사 사장이 “광고 중단의 배후에 김현철이 있다”고 한겨레 직원에게 밝힌 데에 따른 것이다. 또 당시 안기부법·노동법 개정과 관련해 한겨레의 비판적인 논조도 ‘광고 압박’의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권근술 당시 회장은 이같은 사실을 96년 12월 16일 사원 총회에서 밝힌 뒤 최악의 경우 광고 중단 사태가 닥칠 것에 대비해 삼성생명 등 보험회사와 은행 등으로부터 100억원의 장기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했으며 이 돈은 지금까지 한겨레에 보관되어 있다.

이와 관련 당시 권근술 회장은 이수성 총리, 김광일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만나 항의하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한겨레 측은 “이같은 항의에 대해 당시 김영삼 대통령도 보고를 받았으며 권영해 안기부장에게 확인했으나 권 부장은 한겨레 광고 탄압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안기부 공작에 대한 대응을 두고 편집국에서는 ‘공개될 경우 광고 중단 요구를 받지 않은 중소기업의 광고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대다수의 의견에 따라 정면 대응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편집국에서는 고영재 당시 부국장을 반장으로 한 특별취재반이 꾸려져 두 달여 가량 자체 취재에 나섰으나 “물증 확보가 미비했고 대선 정국으로 상황이 바뀌면서 흐지부지 됐다”고 당시 고위간부는 말했다.





사진설명:96년 안기부는 한겨레 광고 수주를 방해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한겨레는 자금 마련, 대통령 면담 등의 대책을 세웠다. 사진은 96년 12월 사원총회 장면. 사진제공=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