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하는`점심’으로`선·후배간`유대`돈독
크지도`작지도`않은`규모,`행정경험`‘안성맞춤’
전주시청 기자실은 지역내에서 종합행정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출입처중의 하나다. 도청이나 여타 시·군이 있지만 전주시 만큼 작지도 크지도 않고 적당한 규모의 행정기관은 없어 기자들에게 행정을 경험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추진되는 사업들이 연속성을 갖고 있어 경찰에서처럼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시민들의 실생활과 연관된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정치나 교육·경제부에서 느껴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기자실의 아침은 오전 9시께 조간신문과 시청관련 스크랩을 훑어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1시간 가량 이어지는 이 시간이 기자들에게는 적지 않게 중요하다. 시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1일 계획을 파악할 수 있어 전날 자신들이 메모해 뒀던 아이템과 합쳐 취재계획이 짜여진다. 주된 관심사는 내년 6월로 다가온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준비상황과 이와 관련 전주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관광 및 시민질서의식 등의 전주 바꾸기 사업이다. 최근 들어서는 각종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비위생매립장 처리과정을 비롯, 광역소각장 시설 등이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취재거리가 정해지면 기자들은 각자 흩어지고 기자실은 정오 라디오뉴스 기사 작성을 위한 방송기자 2명만 남아 금새 썰렁해진다. 이러한 고요함은 담당부서 공무원 및 현장취재를 마치고 기자실로 돌아오는 점심시간까지 계속된다. 이런 연유로 6개 지역 신문사와 4개 방송사, YTN, 연합뉴스 등에서 18명의 기자들이 출입, 다소 시끄러울 법도 한 기자실은 항상 조용하다.
개인주의로 흘러 삭막해질 수 있는 분위기는 기자들이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기자실에서 함께 점심을 하는데서 해소된다. ‘같이하는 점심’은 누가 정해서 이뤄진 것이 아니고 시청 기자실의 오랜 전통으로, 타 출입처에 비해 선후배간의 유대관계가 돈독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이유다.
이 자리에서는 개인신상 등 사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지역사회 동향과 정보교류, 정치·경제 등 주제가 다양하다. 빠듯한 하루 일과에서 유일하게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빼놓을 수 없는 게 기자실과 불가분의 관계인 공보실이다. 기사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전주시의 홍보대책은 조금은 세련되어 있다.전직 언론인 출신을 2명이나 별정직으로 채용, 체계적인 홍보대책을 수립하는가 하면 매일 신문과 방송을 모니터해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담당공무원이 직접 기자실을 방문해 브리핑 할 것을 독려할 정도로 체계화됐고 적극적이다.
기자실에는 관련서류 한 보따리를 들고 와 기자에게 관련사업을 설명하는 공무원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이와 함께 학연 지연으로 얽힌 지역 인맥구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기자들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은 자칫 정(情)에 치우쳐 진실이 왜곡되어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김준호 전북일보 사회부 기자
사진설명:김완주 전주시장이 지난해 9월 시청 기자실에서 추석을 맞아 벌이는 이웃돕기 행사에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