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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간`상호비평

단순한`상대`흠집내기`아닌 현안`해결`방안`제시`바람직

이재진 교수  2001.03.17 12: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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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과 방송, 신문과 신문 사이의 매체비평을 둘러 싼 공방전을 보고 있자니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이는 언론 매체 사이의 상호비평(cross-criticism)이 필요한가 하는 점과 동시에 매체비평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과 관련된다.

먼저 매체비평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기실 그 필요성은 미성숙한 한국 언론의 현주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신문과 방송은 발전일변도의 획일적인 성장과정을 거쳐왔고 최고의 권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이 양적인 성장은 했지만 성숙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매체간의 비평은 한국 언론의 과제인 성숙한 언론문화 창달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위상을 생각할 때 언론 매체를 비평할 수 있는 것은 언론매체 자신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또 하나의 의문은 매체비평에 할애된 지면과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what should be done)하는 방법론에 관한 의문이다.

매체간의 비평의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점은 그 생산성은 물론 지속성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생산적이고 지속적인 매체비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비평은 무작정 나쁘고 구조적으로는 음모(陰謀)라는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 비평의 원래 목적은 단순히 상대를 헐뜯고 흠집내는 것만이 아니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자는 데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매체비평이 무엇인가의 정의(definition)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매체비평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매체비평을 한다는 것은 수용자들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에 근거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언론의 상호비평은 사실(fact)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잘못된 사실을 전달했다든지, 사실의 전달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든지 아니면 사실을 왜곡했다든지 하는 경우 이에 대한 신랄한 비평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자사의 프로그램이나 기사에 대한 자기 비평과 반성이 요구되며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매체 상호간 취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둘째, 비평의 내용은 자사 이기주의적 홍보나 상대에 대한 비난을 위한 비난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비평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중요한 사회적 쟁점과관련된 것이어야 하며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나 사건을 불려서 재강조하는 등의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셋째, 수용자들은 독자적인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정말 수용자들이 원하는 것인가를 고려하여 수용자들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상대에 대한 비방성 비평이나 감정적인 주장은 수용자들이 이를 맹목적으로 수긍하기보다 오히려 그 매체에 등을 돌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