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매체부와 미디어면이 잇따라 신설되면서 미디어 담당 기자들도 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세무조사, 공정거래위 조사, 한겨레 ‘언론권력’ 시리즈 등으로 언론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 터라 적잖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 기자의 표현대로 ‘난세의 언론계’ 한복판에 서있는 미디어 담당 기자들의 현실진단과 문제점 등을 들어봤다.
‘누가`먼저`변화하나’가`핵심
기자들은 제각기 다른 차원에서 언론현실을 진단하고 문제를 지적했다.
정운현 대한매일 문화팀 차장은 한겨레가 족벌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섰고 국세청, 공정위 조사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전으로 확산될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 동아-조선 민족지 논쟁, 조선-중앙 판매전쟁 등 양사간 단일 사안으로 ‘단기전’을 치르던 예전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김기평 중앙일보 여론매체부 차장은 현 상황을 ‘난세’라고 표현하며 “언론이 변해야 할 시기를 맞았고 누가 먼저 변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이희용 연합뉴스 기자는 한겨레와 족벌신문, 미디어렙을 둘러싼 신문과 방송, 스포츠신문과 PD수첩, 세무조사에 대한 입장 차 등 현안을 열거하며 “여러 쟁점들이 혼재돼 있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또 “최근 한겨레 시리즈를 둘러싼 논란이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 건전한 상호비판이 아닌 회사이해에 따른 보도행태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편향된 보도행태는 실제로 대부분의 기자들이, 각자 입장에서 문제로 지적했다.
진성호 조선일보 미디어팀장은 “정권에 따라서 언론의 비판수위가 달라질 수는 없다. 언론의 본령이기도 한 권력에 대한 비판이 아닌, 정권을 비판하는 신문을 더 비판하는 양상은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광고주협회 조사에서 드러났듯 판매나 광고 분야에서 이른바 마이너신문들의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덮어두고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무조사, 공정위조사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여전히 ‘심판’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다.
이희용 연합뉴스 기자는 “필요한 경우 자사입장에 맞춰 제목까지 편향적으로 나오는 보도에 대해 기자들 스스로도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후맥락을 무시하고 특정부분만 확대 보도하면서 ‘없는 말쓴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식의 반응이라는 것. 이 기자는 “이같은 양상은 특정사가 아닌 언론사 전반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상호비평`입장`엇갈려
편향된 보도의 문제는 상호비평에 대한 미디어 담당기자들의 엇갈린 입장으로 이어졌다.
진성호 팀장은 뉴스에 대한 관련 논문이나 조사자료가 나왔을 경우 이를 인용하는 경우를 제외한, 직접적인 보도비평에는 이의를 달았다. “신문이 모든 정보를 제공할 순 있어도 모든 색을 대변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다. 진 팀장은 ‘한겨레식 기사비판’ 양식을 거론하며 “논조문제는 자기신문에 이를 구현하면 되는 것이지 상호비평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기평 중앙일보 차장도 “비평보다는 상호비난으로 이어질 여지가 높다”며 “현재 풍토에서 상호비평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반면 권혁철 한겨레 여론매체부 기자는 “보도기준을 문제삼지 않더라도 언론이 명백히 사실을 왜곡했거나 오보를 냈을 때는 당연히 보도해야 한다”면서 “보도태도에 대한 비평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권 기자는 “보도를 점검하다 보면 동아·조선·중앙일보 3사 입장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신문의 여론지배력을 감안하면 상식의 잣대에서 어긋난다고 판단될 때 이를 지적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감시·견제기능은 언론계 내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희용 연합뉴스 기자는 “여론을 왜곡하거나 팩트를 선택적으로 인용하는 식의 보도태도는 지적할 수 있다”면서 “상호비평은 자사문제를 포함한 비평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현 대한매일 차장도 “일례로 언론이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면 그것은 논조로 인정할 문제가 아니라 지적해야 할 보도태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비판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상호비평에 자사문제를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