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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맞아야 큰다

이병선 기자  2001.03.17 12: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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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대한매일 리빙팀 기자



“여러분은 격납고를 떠난 전투기입니다. 지대공 야포의 공격은 피할 수 없습니다.”

웬 뚱딴지같은 야전사령관의 전투 격문이냐고. 엊그제 내가 받은 이메일 한 토막이다. 최근 문을 연 대한매일 뉴스넷(www.kdaily.com)의 기자 커뮤니티 운영자가 여기 참여하는 20여명의 기자에게 네티즌의 공격을 더욱더 자초하라고 보낸 격문이다. 이런 이메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온다. 엄처가 하나 늘어난 셈.

문연 지 한달을 조금 넘겼고 아직은 멀었지만 기자 커뮤니티는 우리 신문에 대한 독자의 느낌을 변화시키고 기자들에게는 하나의 열병을 전파시키고 있다. 너네만 커뮤니티 하는 것 아닌데 뒤늦게 수선이냐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독자와 함께 신문 만드는 데 요령부득이었던 편집국이 저 밑에서부터 꿈틀대고 있다는 건 분명 하나의 변화다. 이건 기자들끼리 모여 독자를 위한 신문 운운하며 편집권 독립 외칠 때하곤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신문은 독자다운 독자 만나는 일을 의도적으로 피해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독자보다는 정부 여당이나 관변을 돌아보는 게 체질적으로 익숙하기도 하다. 아직도 그런 구태의연함이 시원스럽게 해소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네티즌들은 낡고 구닥다리인 신문 지면에 비해 온라인에선 풋풋한 생동감이 만져진다고 반응한다. 고매하기 이를 데 없는 신문사 주필이나 경영본부장이 도발적인 네티즌의 질문과 추궁에 정중하고도 열린 자세로 답변을 보낸다. 개인적으로도 10년 회사생활 동안 했던 “고맙습니다”를 이 한달 동안 다한 것 같다.

얼굴도 감감한 대구주재 기자는 지방자치제도를 후딱 디비는 절묘한 문장으로 네티즌뿐만 아니라 동료 기자들을 디비게 만들고 있다. 커뮤니티 운영자는 “네티즌들의 돌은 때론 몰상식하고 저속하지만 맞은 만큼 득이 된다”고 전략적 사고를 주문한다. 우리는 어쩌면 더 많은 돌을 맞아야 한다.

왜, 애들 말에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맞고 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