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경영과 직접 관련이 없는 차장 대우급 기자 및 일부 언론사 평기자들의 인적사항을 제출받은 데 대해 언론의 비판기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의 인적사항까지 요구한 것은 일반적인 세무조사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21일 “일반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관행에 따라 모든 언론사에 대해 간부(부장 이상)들의 인적사항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 기자들의 인적사항 제출 요구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본보 확인결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평기자와 차장 대우 이상의 기자들의 인적사항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노조는 23일 “국세청이 조선일보 평기자를 포함한 모든 사원의 명단과 주민등록번호를 지난 2월 초 요구해 받아간 사실이 21일 밝혀졌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인사팀 한 관계자는 “2월 초 편집국 차장 대우 이상 기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세청이 기자들의 인적사항을 제출받은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신문사 부장은 “기업 경영과 관련한 비리 혐의가 포착된 경우가 아닌데도 일반 기자들의 계좌추적을 하는 것이라면 이는 기자들을 잠재적 비리 혐의자로 몰아세우는 꼴”이라며 반발했다. 다른 신문사 한 부장도 “기자들의 계좌추적이 합법적 근거가 있는지 궁금하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반면 다른 신문사 한 부장은 “기자들이 투명하고 떳떳하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기업 경영과 무관한 취재·편집 기자들의 계좌추적은 없다. 탈세혐의가 있는 대상자만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언론탄압’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김주언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기자들의 인적사항 자료가 계좌추적용이라는 확증이 없고 계좌추적의 목적도 밝혀진 게 없다”며 “그러나 만일 세무조사 목적과 상관없는 개인 비리를 캐내기 위해 계좌추적이 진행된다면 이는 기자들의 취재·보도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일인 만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