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노동조합 파업이 6개월 가까이 계속되면서 방송의 파업사상 유례없는 파국으로 치닫자 언론계 안팎에서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3년 이 땅에 첫 전파를 발사한 CBS는 암울했던 군사독재시절 여타 언론들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을 때 올곧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냈던 한국언론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렇기에 CBS는 일부 종교단체나 목회자가 마음대로 전횡을 휘두를 수도 휘둘러서도 안되는 민주세력의 목소리 역할을 해왔고 통일과 화해의 시대를 열어가는 데도 큰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5일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시작된 CBS 노조의 파업은 회사측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워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삼는 바람에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그 이후 파업이 6개월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조합원은 주유소에서 일하는 경우도 생겼고 어떤 조합원 부인은 남편 대신 생계를 꾸리기 위해 세차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동료언론인으로서 분노를 넘어 서글픔마저 느끼게 한다.
특히 길거리로 내몰린 기자들을 옥죄는 것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할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크겠지만 6개월가량 취재현장을 떠난 데서 오는 언론인으로서 아픔도 무시못할 것이다.
일부 조합원들이 이번 파업사태를 겪으면서 수년간 정들었던 직장과 동료를 등지고 다른 언론사로 자리를 옮겼는가 하면 소수 조합원은 언론인이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껴 전직마저 고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더이상 늦기전에 CBS를 정상화시키는 데 모두가 나서야겠다. 시민단체와 전현직 출연자와 애청자들이 모여 `CBS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http://www.cbslove.com)까지 결성하기에 이른 상황에서 우선 권호경 사장과 사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재단이사회 양심과 결단에 호소한다.
권호경 사장은 더 이상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명분싸움에만 집착하지 말고 먼저 대화창구를 만들어 노조 집행부와 허심탄회하게 마주보고 대화를 시작하기를 촉구한다. 권호경 사장은 한 언론사 사장이기에 앞서 인권운동을 대표했던 양심세력이었던 만큼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보다 적극적이고 대승적 차원의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이미 언론보도에 나타났듯 권호경 사장은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충성편지를 보내는 등 `해바라기성 행보’로 물의를 빚었고무책임한 인사관행으로 사원들의 반발을 크게 샀다. 또 94년 취임당시 300억원대였던 CBS의 부채를 현재 1000억원 가까이 높여놓은 무능경영의 장본인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CBS의 장기파업은 곧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비판과 명예실추로 이어지는 것이 명약관화하므로 재단이사회는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버리고 하루빨리 중재에 나서야 한다. CBS가 정상화돼 국민품으로 돌아오기를 고대하며 권호경 사장과 재단이사회의 결단을 거듭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