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교체 이후 문화일보는 명실상부한 독립성 확보와 생존이라는 만만찮은 시험대에 섰다.
지난해 말 재단 이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루어진 김진현 회장의 사의 표명은 경영난을 타개할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김 회장은 22일 주총석상에서도 “경기악화와 현대와의 문제 등이 겹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사원들로부터 “상황이 어려워지자 서둘러 발을 빼려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사의표명 이후 후임자 물색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총에서도 “사장 선임과정에서도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밝혔듯이 김 회장은 20일 우리사주조합과 노조에 김정국 사장 추천의사를 전함으로써 사실상 역할을 마무리한 셈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경영책임의 문제가 남았다. 주총에서 기자들을 비롯한 주주사원들의 발언과 성토는 여기에 집중됐다. 회사측은 기존 이사들의 선임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새 사장의 경영 청사진에 따라 이사진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사원들의 요구가 거세게 제기됐고 문우·동양언론재단 이사들도 사주조합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이사진 선임은 유보됐다. 한 기자는 “현재 대부분의 이사들은 현대와 분리 이후 구조조정 과정이 끝나고 들어온 인사들”이라며 “회장만이 아닌 기존 이사들에게도 경영책임을 묻는 것은 분위기 일신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정국 사장은 23일 경영방침을 묻는 질문에 “언론계 경험도 없고 현황파악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영악화 타개가 당면과제로 제기되는 것은 내부상황 때문만이 아니다. 문화일보는 사실상 지난해 현대와 관계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상태다. 올들어 현대측 광고는 통상 신문에 제공되는 ‘일상적인’ 수준조차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95년 이후 임직원 명단 등 현대와 분리 전후의 자료를 조사중이어서 현 상황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자회사 간 부당내부거래 여부를 조사, 문제가 포착될 경우 추징금을 통보한다는 국세청 방침은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한 신문사 기자는 “시효문제로 인해 95년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이르면 다음주 중 추징통보가 올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