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추궁하는 장면인데 사진 속에 들고 있는 신문은 제각각이었다. 경향, 동아, 문화, 세계, 조선, 중앙 등 이 장면을 실은 신문마다 각각 자사 신문을 들고 있는 모습과 함께, “OO일보를 들어 보이며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는 천편일률적인 사진설명까지 달아놓았다.
이는 MBC보도국 기자 출신으로 누구보다 언론의 생리를 잘 아는 심 의원이 언론의 조명을 받기 위해 취한 언론플레이를 자사홍보를 위해 신문사가 덩달아 활용하면서 빚어낸 촌극이라는 반응이다.
이날 심 의원이 ‘소품’으로 마련한 신문은 한겨레와 대한매일을 제외한 17일자 8개 중앙일간지와 매일경제. “의약분업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났다”는 내용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신문들이다. 이날 현장에 간 한 사진기자는 “심 의원실에서 사진부로 전화를 걸어 ‘상임위에서 ○○일보를 들고 질의할 것’이라고 알려줬다”고 밝혔으며, 다른 기자들로 사전에 이같은 언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사진은 심 의원이 들어 보였던 9개 신문 가운데 국민, 매경, 한국을 제외한 6개 신문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초판에 서재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사진을 실었다가 시내판에서 자사신문을 들고 있는 심 의원 사진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한 사진기자는 “사전에 연락을 받고 가보니 대부분의 사진기자들이 와 있었다. 쇼를 연출하는 줄 알면서도 다른 신문이 다 쓸게 뻔하기 때문에 출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을 쓴 한국일보 신상순 사진부장은 “그날 뉴스메이커가 심 의원이 아니라 장관이라고 판단해 장관 사진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