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언론사 세무조사의 세금 변칙 부과 및 자료 파기와 관련 시민단체가 지난 8일 김영삼 전 대통령과 국세청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업무상배임죄 등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일부 언론들은 대통령 재임기간 중의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문제와 전직 대통령을 수사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단 첫 단추는 풀렸다. 서울지검 형사1부 최득신 검사는 지난 23일 민변의 정훈탁 변호사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정 변호사는 “검찰은 고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는 분위기였고 공소시효 문제도 거론하지 않았다”며 언론의 부정적인 예측 보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예상보다 신속한 검찰의 행보가 주목을 끄는 게 사실이지만 이를 검찰의 확고한 의지로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검찰이 피고발인 김 전 대통령을 소환할 수 있을 것인가, 또 김 전 대통령이 소환에 순순히 응할 것인가 등등의 만만찮은 고비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김 전 대통령이 소환에 장기 불응할 수도 있지만 ‘신문사 추징 세액을 깎아줬다’는 도쿄 발언 자체가 사실상 ‘범죄사실’을 시인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참고인 조사를 통해 정황 사실을 수집하면 충분히 기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은 ‘검찰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니냐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가 한창인 지금 시민단체가 김 전 대통령을 고발한 것은 향후 동일한 불법행위를 막고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다. 성역을 인정하지 않는 검찰의 ‘소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