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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못하면 지국 반납하겠습니다'

신문사, 지국에 불공정 계약 강요

김 현 기자  2001.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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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가 판매지국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확장 부수를 정하게 해 이를 강요하는 등 지국 계약서를 판매 경쟁의 압박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판매지국과 체결하는 계약서에서 지국의 ‘신문판매 책임 부수’를 명시해 두고 3개월, 6개월, 1년 뒤에 확장할 목표 부수를 최초 계약 체결 당시 지국장이 직접 기입하도록 하고 있다. 부산일보도 계약서에서 일일 책임 판매 부수를 적도록 하고 있다.

계약서에 이같은 확장 부수를 명시하지 않은 신문사는 별도의 문서를 통해 지국을 압박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국장들에게 본 약정서와는 별도로 ‘인수인계서’에서 유가지, 무가지, 확장지의 부수를 지국장이 적도록 하고 “본사의 부수 확장 계획에 따라 성실히 운영할 책임을 진다”고 밝히고 있다. 한 지국장은 “이같은 문서는 각서 성격을 띤 약정서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신문사는 지국이 확장 목표 부수를 지키지 못할 경우 지국 운영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본 약정서 외에 ‘판매업무 개선 약속서’를 지국장들에게 작성하게 한다. 동아는 이 ‘약속서’에서 지국장들이 월별 확장목표와 실적을 적도록 하고 있으며 “약속한 기간 동안 유료실적 달성이 부진할 경우 지국 운영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지국 운영에 관한 모든 권리를 조건없이 본사에 위임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최근 신문공정판매총연합회(신판연)는 97년 12월 중앙일보 판매지국장이 자필로 작성한 ‘관내 1위 달성 각서’를 공개했다. 이 각서에는 “광고주 조사 2위 결과에 통감합니다. 98년 6월까지는 관내 1위를 달성하겠습니다. 1위를 달성 못할 경우 지국을 반납하겠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실제로 부수 확장을 강요하는 신문사의 지국 약정서는 지난해 12월 공정위로부터 불공정 조항으로 시정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같은 관계 당국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국장들은 “신문사가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내용을 약정서에서 밝히지 않거나 교묘히 피해가고 있어 별다른 실효가 없다”고 지적한다.

동아일보는 약정서에서 지국이 본사에 납부해야 할 지대 요율을 60%로 밝혔으나 실제로는 30%대의 지대만을 받고 있다. 한 동아일보 지국장은 “계약에 있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지국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이같이 터무니없는 수치를 법적인 면피용으로 삼고 있다”고말했다.

신문사측 계약 당사자를 사장에서 판매국장으로 바꾸는 최근의 추세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약정서 상에서 계약자의 동등한 지위를 인정할 경우 신문사측의 계약 당사자는 신문사 사장이 되어야 함에도 문화일보는 판매국장을 내세웠으며 조선일보도 지난해 2월부터 판매국장을 ‘지배인’고 명시해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우충 신판연 회장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말썽의 소지를 없애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판연은 지난 2월 성명을 내고 “신문 확장 부수를 강요하는 안이하고 부도덕한 경영은 결국 신문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결과를 자초했다”며 약정서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김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