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나는 몰랐다. 리투아니아와 마케도니아가 정확하게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인지. 그래서 용기를 내어 물었다. “너희 나라 어디에 있니?”
지난 2월 미국 국무성 주최 MRP(Multi Regional Program)에 참여해 미국 여행에서 본 것은 USA가 아니라 동행한 16개국 기자들뿐이었다. 크로아티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잠비아, 보스와나, 예멘, 네팔, 필리핀, 페루, 나이지리아, 케냐, 마케도니아 등 16개국 기자들. 제3세계 기자들, 월수 200달러,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나보다 훨씬 더 철저한 쟁이정신으로 무장한 그네들을 보면서 ‘내가 배부른 돼지기자나 애완견(Pet)’이 된 건 아닌지 하는 자문을 수없이 했다.
크로아티아 최대 일간지인 Vecernjilist 국제부 Senior writer Marina(marina.seric@vecernji-list.tel.hr). 크로아티아 내전 당시 종군취재 도중, 눈앞에서 동료 2명이 총에 맞아 머리가 깨지고, 복부가 관통 당해 숨지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는 처녀 기자였다. 시가전 한복판을 달리는 취재차량에 총탄이 날아오자 방탄조끼로 차창을 막았는데 손에 박히는 듯한 탄알 느낌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그 현장이 살아있었다.
영국에서 월간지 뉴아프리칸 편집부국장을 맡고 있는 잠비아 출신의 Regina
(Jeremalanda@aol.com).
‘아직도 타잔이 살고 있냐’는 무식한 질문에 “코끼리 운전면허증이 있는데, 바쁠 때는 나무 넝쿨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유머를 가진 여기자였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강대국의 편견과 불공평한 경제상황 등이 주제로 떠오르면 신랄한 기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네들과 미국, 영국, 일본,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 제국주의적 국가에 의해 한나라의 역사가 뒤바뀌고 수많은 국민들이 죽어나가는 그런 역사를 밤새 이야기하면서 결국 우린 동지로 친구로 변했다.
또 느꼈다. 우리만 언론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이 세상에는 눈앞에 죽음과 고문, 납치를 느끼면서, 또 내일 신문 발행비용까지 걱정하면서 취재하는 많은 기자들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