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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언론 3년, 경향의 고민

중도에서 진보로 '한걸음 더'

김상철 기자  2001.04.07 02: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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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자로 독립언론 3주년을 맞은 경향신문에 대해 박명훈 편집국장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중립지에서, 급변하는 시대흐름을 고려할 때 진보쪽에 한걸음 더 나아가 있는 자리에 서있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큰 테두리 내에서 이같은 방향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9일자로 실시될 지면개편에서도 보폭을 크게 넓히지는 않았다. 본지에 문화면과 인물·오피니언면을 강화하고 매주 수요일 미디어면을 신설한다. 박인규 미디어팀장은 “미디어면이 자사홍보의 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신문시장 전체가 침체기이고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계 전반적인 문제를 짚고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차별화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개편으로 독립언론의 고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지난달 23∼24일 있었던 편집국 워크숍에서 기자들은 언론개혁 논의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나 리더십 부재, 조직기강 확립 필요성 등 안팎의 문제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간부는 “얼마나 깊이 있는 기사를 쓰느냐 하는 문제를 고민하면서도 정작 ‘개각 인사 맞추기’처럼 언론의 기존 보도태도를 되풀이하게 된다”면서 “집중과 선택의 문제에 대해서도 숱하게 논의해왔지만 기존 틀을 깬다는 게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노조는 편집국 워크숍을 마친 이후 “독립언론의 지향점에 대한 내부 결속이 불완전하고, 젊고 강한 신문을 시장에 착근시킬 수 있는 제작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면서 “더욱이 이같은 난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여전히 부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구재 위원장은 “기존의 중도 이미지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게 대부분의 판단”이라며 “이슈제기, 지면 색, 기사의 깊이와 질 등을 놓고 앞으로도 충실한 평가와 비판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련의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여전히 광고주와 사주·발행인이 편집·보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지난달 워크숍을 앞둔 자체 설문에서 경향신문 기자들은 편집·보도에 영향을 미치는 11개 대상 중 광고주를 주요 세력으로 꼽았으나 사주·발행인은 가장 낮은 순위였고, 노조를 다섯번째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계 일반에 비해 차별화 된 조직풍토임에는 분명하다. 이같은 차별성을 어떻게 지면으로이어낼것인가, 여전히 경향신문은 그 고민의 도상에 있다.

김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