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간 소송이 급증하는 가운데 법원이 언론사간 상호 비판에 대해 “언론의 부패를 막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판결을 내려 앞으로 진행될 언론사간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는(부장 안영률)는 중앙일보사가 99년 홍석현 사장의 탈세사건 보도와 관련, 대한매일신보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11일 “언론사는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 누리는 언론의 범위가 넓은 만큼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는 범위도 넓어져야 한다”고 밝히며 소송을 제기한 기사 7건 중 5건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려면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고 언론사간 상호 비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재판부의 입장은 언론사간 건전한 상호 비판은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재판부는 판결에서 ▷중앙일보가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는 보도 ▷중앙일보가 재벌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는 보도 ▷중앙일보 사태는 편집권이 사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재벌언론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 ▷홍 사장이 구속되자 지면을 사주의 개인적 병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 등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재판부는 외부필자 칼럼에서 “중앙일보 기자들이 고위인사들을 5적, 7적으로 지목하고 죽이겠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으며 보광그룹 수사를 언론탄압으로 비방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오용해온 재벌 언론의 횡포”라는 보도와 “홍 사장이 말을 바꿔 탈세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중앙일보사는 지난 99년 10월 “중앙일보가 홍 사장 개인의 탈세혐의에 대한 적법한 사법처리를 두고 정부의 언론탄압인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주장하고 있다는 보도를 해 중앙일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한매일신보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1일 법원은 “대한매일신보사는 중앙일보사에 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