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문화관광위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의원들이 세무조사 결과 공개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데서 더 나아가 국세기본법 개정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설문에서 몇몇 의원들은 구체적인 개정 방향을 거론하기도 했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공익과 국민의 알권리 충족, 기업활동의 자유 보장이라는 점을 동시에 고려해 세무조사 결과 중 일정부분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범구 의원은 “관련 법과 각종 판례 등을 연구해 개인의 사생활과 경영상의 비밀은 보호하되 공익과 알권리에 해당하는 부분은 공개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국회 내에서도 세무조사 결과 공개 요구는 심심찮게 제기돼왔다. 지난 12일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대정부질의에서 “정치적인 의혹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조사결과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한동 총리는 “현행법이나 OECD 권고규정 등을 고려할 때 어려운 점이 있다. 국민적 여론을 검토해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9일 “세무조사 결과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없도록 공개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자”며 국세기본법 개정을 제안한 김영춘 한나라당 의원은 실제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6년 국회에서 국세기본법의 비밀유지 조항과 관련 1항 5호에 ‘국회가 국정조사 및 감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과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를 예외조항으로 둔 점을 감안한 것. 김 의원은 이 조항이 임의조항으로 되어 있어 자료를 제공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하며 강제조항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했다. 국회 법제실은 이에 대해 “과세정보 사용은 과세목적에 한정해야 한다.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납세자와의 신뢰관계 유지,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법 개정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의원측은 현재 ‘최저 수위’로 납세자가 동의할 경우 세무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미국과 독일의 입법례를 반영한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한편 현행법 상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언론개혁시민연대에서 발행하는 ‘언론개혁’ 5월호 기고문을 통해 현행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공개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먼저 “공개를 요구하는 ‘결과’란 세무조사와 관련된 일체의 자료가 아닌 ‘어떤언론사가 어떤 행위로 얼마의 세금을 추징 당했는지, 그리고 언론사 사주나 그 일족이 어떤 탈세행위를 했고 얼마의 세금이 추징되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언론기업이 법인세를 탈루한 사실이 있고 그래서 추징했다면, 추징액은 누구에게나 공시되고 열람할 수 있는 외부 감사보고서에도 직간접적으로 표시되어야 하는 것으로 영업상 비밀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기업이라는 공공성 높은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소유·경영과 관련 소득세나 증여세를 탈루한 것을 ‘사생활’로 봐야 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기본적으로 탈세행위를 ‘프라이버시’ 보호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