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자들의 취재 도구는 노트북 컴퓨터(신문·잡지 기자)와 비디오 카메라(방송기자)이다. 그렇다면 2년, 혹은 3년 뒤는 어떨까?
몇몇 과학소설(SF)들에 기대어 전망한다면 미래의 기자상은 '100% 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인간인 기자와 그의 취재도구였던 기계들이 결합되거나, 더 나아가 아예 융합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가령 브루스 스털링의 '스키스매트릭스'(Schismatrix·1985)에서는 기자가 그의 몸에 결합된 전자 기술을 통해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정보를 구한다.
영국의 TV 드라마 '미래로의 20분'(20 Minutes into the Future·1985)에서 방송 앵커인 에디슨 카터의 몸은 네트워크 본부의 컨트롤러와 연결되어 자유자재로 정보와 데이터를 찾을 수 있다.
컨트롤러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들을 뒤져 새로운 얘깃거리를 찾아내고 그와 연관된 데이터를 가려낸다.
그러나 사실은 컨트롤러가 감시 시스템을 이용해 카터 자신까지 지배하고 있었다. 카터가 이러한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자 네트워크 시스템은 그로 하여금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방벽에 부딪혀 죽게 만든다.
그러나 시청자들에게는 인기 앵커였던 카터를 계속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의 모습을 되살리고,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계속 높은 시청률을 유지한다.
또다른 SF작가 라파엘 카터가 '포처넛 폴'(Fortunate Fall·1996)에서 그린 기자의 모습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모습이다.
인터넷이 자유의 원천이자 통제의 수단이기도 한 24세기 러시아. 마야 안드레예바는 '완벽한' 기자다. 그녀의 두뇌에 이식된 컴퓨터 칩은 그녀가 보는 것뿐 아니라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심지어 느끼는 것까지 가상현실로 재현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시청자들은 '모이스트디스크'(Moistdisk)라는 장치를 통해 그녀의 그러한 생각과 오감(五感)을 읽는다. 한편 마야는 일종의 편집장치인 '케이시'(Keishi)를 써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기억과 느낌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
SF가 그리는 기자의 미래상은 대체로 어둡다. 한때 인간의 생각과 정보력을 확장하기 위해 이용되던 미디어가, 압도적인 과학·기술의 힘에 의해 마침내 인간의 생각을 규정해 버리는 전도(顚倒)의 위험성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