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중앙일보 '난곡시리즈' 이채

김 현 기자  2001.04.21 10:35:52

기사프린트

지난 13일 끝난 중앙일보 난곡 시리즈가 화제다.

70여 일간 신림동 일대 산동네를 오르내린 기자들의 발품, 그리고 200여 가구의 가계도 조사와 컴퓨터 통계분석을 통해 ‘빈곤의 대물림’을 추적한 취재 방식이 돋보였다는 외부의 평가다.

아이템을 제안한 이규연 기획취재팀 차장은 지난해 1년 동안 미국에서 조사보도에 대해 연수한 내용을 이번 시리즈에 활용했다.

가계조사 방식은 탐사보도의 전형으로 꼽히는 미국 인디언 가계 연대기 보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설문지의 50개 질문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생들과 신림복지관의 자문을 받았다. 보름 여에 걸려 만든 설문지 제작비용만도 한 장에 9000원꼴. 취합된 설문지는 컴퓨터 보도(CAR) 방식을 활용해 정부 통계 등 여러 변수와 함께 종합 분석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시리즈 처음에 회사로부터 지원 받은 비용은 200만원. 그러나 한 달 정도면 끝날 것 같았던 취재 기간이 끝없는 빈곤의 줄기를 쫓아가면서 두 달을 훌쩍 넘기자 주머니 돈으로 해결했던 난곡 주민과의 소줏값도 만만치 않았다. 이 팀장은 “소요 경비의 영수증을 모으고 있지만 상당한 금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취재에 나선 김기찬, 이상복 기자가 처음 마주친 것은 기자들에 대한 난곡 주민들의 반감. 김기찬 기자는 “중앙일보를 비롯해 다른 언론사의 빈민층 보도가 그동안 일회성 취재로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며 “기자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은 예상보다 심해 처음부터 취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단 주민들과 안면을 튼 다음에는 기사화가 걸렸다. 김 기자는 “주민들과 밤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동네를 내려올 때면 ‘이걸 어떻게 그대로 지면에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다”며 “주민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쓰지 않은 얘기가 보도 내용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홍석현 회장은 시리즈 첫 회가 나가자 취재팀에 전화를 걸어와 “나도 애독자 중 한 사람”이라며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해달라”고 말했다. 최철주 국장은 취재팀에 격려금을 전달했다.

전북 익산에서는 한 빈민가 주민이 “우리도 취재를 해달라”고 요청 해오기도 했다. 대학의 관련 학과 교수들이 자료 요청을 해오는 전화도 심심찮게 걸려왔다.

이춘성 팀장은 “생각보다 관련 분야의 전문 학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팀은 사전 취재를 하면서 어느교수가 던진 한마디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88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한동안 빈민 정책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더니 빈민층 문제로 기자들이 찾아 온 것은 꼭 10년만의 일인 것 같습니다.”

김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