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방송위 '종이호랑이' 전락 위기

박미영 기자  2001.04.21 10:40:04

기사프린트

방송위원회가 업무정지 처분 등 행정적 제재를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통합방송법의 입법 취지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정책에 대한 주무부서인 방송위가 행정처분에 대한 권한을 갖지 못하면 결국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인 원주유선방송이 단란주점 등의 불법 광고방송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방송위원회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중계방송사업자 허가권이 없는 방송위가 독자적으로 업무정지 처분 등 행정적 제재를 할 수 없고 다만 정통부 장관에게 제재를 요청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이는 중계방송사업자 허가시 방송위가 정통부 장관에게 허가추천을 하고 정통부장관이 허가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방송위는 “방송법의 입법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판결문 내용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항소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방송정책에 대한 판단은 방송위가 하고 정통부에서는 방송설비 등 기술심사를 하고 있는데, 제재조치의 최종권한이 정통부에 있다는 것은 독립적인 행정기구로서의 방송위의 위상을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특히 “방송법 18조 1항과 2항이 배치돼 업무정지 등 행정조치의 권한이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있는지 방송위에 있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판결이 방송법 제 18조 2항 ‘정보통신부장관은 방송위원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 또는 등록을 취소하거나 6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규정에 의해 내려진 반면, 18조 1항에서는 ‘정보통신부장관 또는 방송위원회가 각각 허가·승인 또는 등록을 취소하거나 6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이에 앞서 중계유선방송의 경우 일체의 광고방송이 금지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주유선방송이 룸가요방, 각종 성인쇼, 남자웨이터 수시모집, 미씨클럽 등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의 불법자막광고를 계속하자 지난해 12월 28일 통합방송법 출범이후 처음으로 1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박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