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와 언론재단이 주최하는 제10회 기자포럼이 ‘직장내 성폭력 문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1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경애 기자협회 여성특위 위원장(한겨레 민권사회1부)이 사회를 맡은 이날 토론회에는 정연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장, 박선영 MBC 국제부 기자, 조중신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박선영 기자는 여기자들이 대응해야 할 성폭력 문제를 ▷언론매체에서 성폭력 관련 문제를 얼마나 공정하게 보도하는지에 대한 감시 ▷취재현장에서 겪게 되는 문제 ▷사내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박 기자는 우선 성희롱 사건 보도를 할 때 피해자쪽이 상대방을 먼저 자극했다는 암시를 하는 등의 성차별적 왜곡 보도를 주의할 것을 강조했다.
박 기자는 또 “타 직종에 비해 야근이 잦고 때로 몸싸움도 요구되는 등 성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많다”며 실제로 경찰서 전경이 여기자 숙직실에 잠입했던 사건, 동부지원의 모 검사가 여기자를 성추행했던 사건 등을 얘기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박 기자는 제도적인 방지책 마련과 함께 여직원끼리의 모임을 활성화해 사내 요주의 인물에 대한 정보 공유를 제안했다.
정연순 변호사는 현행법상 성폭력범죄에 관한 규정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성폭력범죄가 극히 제한된 요건 하에서 유형화돼 있다”며 “예를 들어 강간이라는 것은 남성에 의해 여자가 죽도록 반항하였음에도 공격을 당해 결국 간음을 당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희롱의 개념 역시 외국에 비해 협소하며 범위와 잣대도 남성적 시각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조중신 사무국장은 직장내 성희롱 문제에 대한 사용주의 책임을 강조했다.
조 사무국장은 “직장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사업주의 자발적이고 단호한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성폭력도 피용자가 피해자에게 입힌 손해로 간주, 이에 대해 사용자가 경제적 배상책임을 지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희롱 예방교육이 효과적으로 실시되기 위해 교육대상에 따른 차등화된 교육내용 개발과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선희 전 씨네21 편집장은 “언론사는 한국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고 전문직이기 때문에 여기자들이 성희롱 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냐”고자문하며 “감각이 무딜 수 있음을 의식하고 기사를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익명으로 참석한 100인위 관계자는 “KBS 노조간부의 성폭력 사건은 상습적이며 운동사회의 전형적인 성폭력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봐야한다”며 “가해자측에서 ‘피해자들에게 당신들은 조직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데 조직의 논리로 사건을 은폐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노주희 여성단체연합 미디어센터 운영위원은 “사내 의사소통 구조가 열려 성희롱 문제를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일상에서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