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지면이 다수 구성원의 뜻과 다르게 제작되고 있으며, 공정성과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동아일보 노조(위원장 홍은택)가 개최했던 회사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사이버 대토론회에서 다수 기자들은 “동아일보의 핵심역량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지면이 제작되고 있다”는 데 공감을 표명했다.
특히 최근 국세청의 삼성 이재용 씨 증여세 추징과 관련한 축소 보도, 학내 분규 원인을 ‘학생 탓’으로 몰고 간 기사에 대해 공정성을 잃은 보도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허탈하다’, ‘회의적이다’, ‘자괴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또 19일부터 2주에 한번씩 노재봉 전 국무총리 칼럼을 게재하기로 한 데 대해 노 전 총리의 전력을 들며 ‘누구의 동의로 결정됐느냐’ ‘최근의 보수적인 지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등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한 기자는 “지난해 편파보도로 비판을 받았던 ‘대구 경북 추석없다’ 보도 이후 최근까지 지면의 보수화 경향에 대한 우려가 누적돼 오다 사이버 토론회를 계기로 표출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자는 “신문의 보수화 여부를 떠나 최근 삼성 관련 보도는 기사 가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며 “보수화보다는 공정성과 정체성을 잃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면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일부 기자들은 편집국 간부들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공정성을 잃은 데 대해 편집국장의 책임을 묻는가 하면 내부비판에 경직된 간부들에 대한 질책도 제기됐다. 외부의 언론탄압에 대해서는 흥분하면서 사내의 언론탄압은 쉽게 생각하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또 최근 문제가 된 보도에 대해 간부들의 책임있는 해명이 없는 것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반면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자성론도 나왔다. 1등 신문 아닌 일류 신문, 독자들이 스크랩하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책론보다는 시스템의 개선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편집국 간부들의 실수를 막기 위해 초판 이후에 심의와 리뷰를 강화해 기자들의 의견개진을 제도화하자는 안도 나왔다. 현 인력난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70년대 동아투위 사태 이후 누적돼 온 인재난이 동아일보 지면의 위기를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노조는 내주 중 2차 사이버 대토론회를 열고 대안 마련을 위해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모을 계획이며, 두 차례에 걸친 토론회 내용을 정리해 회사측에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