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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한매일에 기사수정 요구

"경찰청장 물러나야"가 "자성계기 삼아야"로 바뀌어

박주선 기자  2001.04.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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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사업, 실업자 수 삭제되거나 내용 일부 수정



대한매일이 청와대 요청을 받고 초판기사를 시내판에서 삭제하거나 내용을 변경해 문제가 됐다.

지난 19일자 초판 사설 ‘경찰청장 스스로 물러나야’는 시내판에서 ‘경찰 자성의 계기 삼아야’로 바뀌었다. 초판에 나온 “이무영 경찰청장에게 경찰 총수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날 것을 권고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시내판에서는 “이 기회에 경찰이 뼈저리게 자성하면서 민주경찰로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로 비판 수위가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측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초판 발행 직후 전만길 사장과 김삼웅 주필 등 회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신문은 가만있는데 대한매일이 나서느냐. 문화부, 재경부에 대한매일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런 부탁마저 들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설위원실 관계자는 “사설에 대한 문제제기에 부분적으로 수긍했고 이 문제가 대한매일의 민영화 추진에 악재로 작용할까 하는 우려도 있어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23일자 1면 머릿기사 ‘새만금사업 계속하기로’는 5·10·15판까지 보도됐으나 20판에서 사라졌다. 기사 요지는 “정부와 민주당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예정대로 계속 시행키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

초판 발행 직후부터 민주당, 총리실, 국무조정실 등에서 “환경단체와의 공청회를 거쳐야 정부측의 입장이 결정되는데 이 기사가 나가면 정부가 미리 짜놓고 시민단체를 들러리 시킨다는 오해를 사게 된다”며 편집국장과 임원실로 여러 차례 전화를 했고, 최홍운 편집국장은 팀장 회의에서 정부의 정책 입안 과정이 남아있다면 기사를 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팩트에 문제가 있어 기사를 뺐다”며 “초판 보도에서는 김중권 대표가 새만금 사업 시행이 당과 정부의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보도가 나간 이후 정부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발표 내용을 다룬 21일자 1면 머릿기사 ‘청년실업 105만 넘었다’는 10판 이후부터 ‘무직청년 100만 넘었다’로 제목을 바꾸었다.

초판 발행 직후 청와대 고위관계자로부터 “어떻게 대한매일이 이럴 수 있나.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방식도 문제가 있다”며 항의성 전화가 최국장에게 왔다.

한편 24일자 공정보도위원회 소식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편집국이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정부에 대해 “아무리 대주주라지만 사설의 논조와 기사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