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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수익 자산 매각 일간스포츠 분사 추진

상반기 구조조정 계획 마련,`본사 건물 매각 통해 부채 축소

박주선 기자  2001.04.28 11: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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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 인식`…`대출상환 못하면 ‘경영권 박탈’ 가능성도





한국일보가 부채 규모 축소 등 재정난 타개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연내에 부채를 1000억원대로 낮추기 위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 한 관계자는 “재무·영업·지면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검토 중”이라며 “상반기 내 전략을 수립하고 일부안을 시행하면서 연내에 부채를 1000억원대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비수익 자산의 매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한국일보 본사 건물 매각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살리기’를 위한 고위 간부들간의 논의도 최근 들어 활발해졌다는 전언이다.

이와 함께 내부에서는 일간스포츠 분사를 통한 자금 확보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일간스포츠 분리 방법은 한국미디어그룹이 코스닥 등록업체인 한길무역에 대한 A&D(인수 후 개발) 후 일간스포츠가 코스닥에 우회등록(backdoor listing)을 하는 것이다. 한국미디어그룹은 지난해 12월 설립된 지주회사로 지분 구성은 한국일보 장중호 상무가 39%, 장재국 회장과 장재근 부회장 41%, 한국타이거풀스 20% 등이다.

우선 한국미디어그룹은 지난 3월 한길무역의 전환사채, 신주인권부사채 인수 및 증자 참여 등을 통해 5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한길무역은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일간스포츠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사명을 일간스포츠로 변경할 것과 사업목적에 신문발행·인터넷사업·영화제작·전자상거래 등을 추가하기로 했고 오는 6월 9일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일보는 한길무역에 일간스포츠 사업권을 매각하는 대가로 800억원 가량의 자금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6월까지 채권은행단에 500억원을 상환해야 할 한국일보로서는 한길무역이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다른 한편 한국일보와 한국미디어그룹의 최대주주인 장중호 상무측은 6월 주총 전까지 인수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당초 장중호 상무가 4월에 일간스포츠 분사를 마무리하고 4월에 200억원, 6월까지 300억원, 8월까지 300억원을 납입하겠다는 계획보다는 다소 지연된 것이다.

최근 활발해진 회사측의 ‘회사살리기’ 움직임은 재정난에대한 위기의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가 6월까지 부채 5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한국일보 지분의 60%를 담보로 갖고 있는 채권은행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을 인수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일보의 총부채는 9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월에 나온 99년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559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채권은행단에 1000억원을 상환하면서 현재 총부채는 4300억원 가량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자본 잠식 상태다.

또 과다 부채는 과다 금융비용으로 이어지면서 재무구조에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실제로 현재 한빛, 조흥, 국민은행 등 20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은행단에 상환해야 할 부채만 약 3100억원, 10%인 연이율을 적용하면 매월 이자비용만 31억원이 소요된다. 더욱이 매월 3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채권은행단에 신규 대출이 불가능해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회사 곳곳에서도 재정난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편집국 연봉제 기자들은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간 임금의 10%를 연말에 받기로 했고, 4월로 예정됐던 연봉 재계약은 퇴직금 지급 때문에 연말로 연기됐다. 올들어 취재비, 출장비, 부서 활동비도 삭감됐다. 비편집국에서도 2월 상여금이 3월말에 지급됐고 4월 상여금도 지급일인 15일을 넘긴 채 월말에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또 지난해 말부터 총무국, 광고국 등에서는 부서별 순환무급휴직이 시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일보는 채권은행단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라 올 6월까지 500억원, 연말까지 5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광주 사옥을 매각해 30억원을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한국일보는 일간스포츠 분사 및 한남동 부지, 대구 지사, 제주 인쇄공장, 창동 빌딩 등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 매각과 LG텔레콤 105만주, LG홈쇼핑 38만주 등 유가증권 매각을 통해 부채를 상환할 계획이다.

한국일보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지만 올 1년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