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라는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의 발언으로 불거진 MBC와 한나라당간의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MBC는 일단 사태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이 추가공세에 나설 경우 총력 대응한다는 입장을 정했고, 한나라당은 방송위원회에 ‘MBC의 한나라당 공격보도에 대한 시정조치’를 촉구하는 등 물러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MBC 입장=한나라당의 방송매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격앙돼 있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의 ‘정권의 나팔수 발언’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MBC는 이를 트집잡아 한나라당이 잇따라 MBC를 비난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정치적 싸움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도국 국장, 부장단은 20일 대책회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보도국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선 기자들의 반발은 좀 더 격렬하다. 한나라당의 방송매도와 폭언이 ‘참을 수 없는 지경’이고 앞으로 재발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당장 보도본부 총회를 열고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열린 보도국 기수별 모임에서도 기자들은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언론을 이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부 신문과 손잡고 MBC를 매도하고 있으며 그 도가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일단 “한나라당이 언론중재위 제소를 실행에 옮기거나 추가로 MBC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국장이하 전 기자가 참석하는 보도부문 총회를 개최해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편 노조는 “사측의 미온적 대응이 한나라당의 방송매도를 불렀다”며 MBC 전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한 법적 대응 등 보다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노조는 또 ‘한나라당의 언론침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과 노보 및 공정방송 특보 등을 잇따라 발행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나라당 입장=MBC가 뉴스를 통해 반박보도를 한 데 대해서는 한나라당도 쉽게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MBC가 정부·여당을 위해 기획프로그램과 뉴스를 동원, 여론몰이에 앞장서온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이를 비판한 국회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자사뉴스를 통해 왜곡하고 비난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한나라당의 방송매도가 대선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MBC 보도에 대해 발끈하고 있다. 언론특위활동은 대선 전략과 무관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MBC가 아무런 근거 제시 없이 대선 전략과 연관지어 흠집내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지난 25일 방송위원회 김정기 위원장 앞으로 ‘MBC 편파·왜곡·불공정보도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MBC의 한나라당 공격보도는 의원들의 발언을 조작, 왜곡하고 전혀 본질과 상관없는 자료화면을 악용했다”고 밝히는 등 MBC 보도를 꼭지별로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앞서 언론장악저지특위와 문화관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언론중재위 제소 및 항의방문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언론중재위 제소는 방송위의 시정조치 결과에 따라 할 생각이며, 항의방문은 ‘빌미’를 줄 수 있어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