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정권의 나팔수’ 발언에 MBC 기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 내부의 공정보도 노력 등으로 MBC 뉴스가 정부 비판적인 시각을 되찾고 시청률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안팎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이를 무시한 채 맹목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MBC는 지난해 하반기 보도국의 내홍을 거치면서 현재 김승한 보도국장 체제를 정비하고 뉴스의 비판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에 따라 대통령 동정 뉴스는 과감하게 빼거나 후반부에 편성하는 등 정부 홍보성 기사를 줄여나갔고 고발 기사의 비중을 늘렸다.
이는 지난 3월 한 달간 KBS와 MBC의 대통령 동정보도를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나타났다. MBC의 경우 KBS에 비해 대통령 동정보도가 월등히 적었으며(KBS는 22꼭지, MBC는 14꼭지), 순서도 KBS가 앞부분에 많았던 데 비해 MBC는 후반부에 보도했다.
또 지난해 12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시상식 보도를 대부분의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여타 방송이 뉴스 앞머리에 보도한 것과는 달리 MBC는 후반부에 보도하는 것으로 그쳤다. 지난 3월 국민과의 대화를 후반부에 보도한 것도 그동안의 관례를 깬 것이다.
MBC가 ‘정권의 나팔수’라면 이같은 보도태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특히 “지난 22일 시사매거진 2580이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의 후원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보도를 했는데, MBC가 정권의 나팔수라면 어떻게 여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를 비판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MBC의 언론개혁 관련 프로를 무조건 언론장악을 위한 정부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난하는 것도 일부 언론사를 제외한 대다수의 언론과 시민단체의 시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언론개혁 문제는 그동안 언론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내용일 뿐 아니라 이를 다룬 100분토론과 PD수첩 등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방송매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MBC가 뉴스를 통해 맞대응한 것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 방송사가 토론 프로그램에서 언론개혁을 다룬 것을 두고 ‘정부와의 사전 교감설’ 등 음모설을 제기하며 공영방송에 대한 흠집내기를 계속해왔다.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2월 국회문화관광위에서 신문개혁을 주제로 다룬 MBC 100분토론 및 PD수첩을 거론하며 “방송이 정권의 홍보도구로 전락했다”고 주장해 제작진의 반발을 샀다. 또 한나라당 박관용 의원은 월간조선 기고를 통해 MBC 주요간부 중 60%를 특정지역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는 허위 사실로 MBC를 공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