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5개 부문에서 평소보다 많은 34편이 출품됐다. 대부분의 출품작이 우리사회의 치부를 들추어내거나 미담을 소개한 훌륭한 기사들이었으나 이슈를 만들어낸 가작은 많지 않았다. 때문인지 상당수의 작품이 8.0 이상의 점수로 1차 심사를 통과했으나 최종 심사에서는 별다른 경합 없이 5개 부문에서 각 1개 작품 만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번 심사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국민일보 정창교 기자의 출판물인 ‘우리 아이가 눈을 맞춰요’다. 이 작품은 자폐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이끌어 냈으나 저널리즘이라기 보다는 생활인의 수기에 가깝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10편의 응모작 가운데 6편이 1차 심사의 관문을 통과했다.
대한매일의 ‘이석채씨 오늘 전격 귀국’은 비행기편 등에서 더욱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음은 인정됐지만 같은 날 한국일보에 이씨의 귀국 기사가 실렸다는 사실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세계일보의 ‘인천신공항 전문 개항 문제 많다’는 신공항 개항의 문제를 제기한 언론보도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는 인정을 받을 만한 작품. 언론의 지적과는 달리 인천 신공항이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는 점은 틀리나 언론의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개항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신공항 개항의 성사 여부를 떠나 비공개 보고서를 입수하는 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향신문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및 일가족의 재산추적 기사는 대우그룹 사태 후 언론에 소개된 대우 관련 보도 가운데 거의 유일한 탐사 보도물로 평가됐다. 경향 취재팀이 7만여평의 안산 땅 소재를 밝혀냄에 따라 채권은행이 이 땅에 가압류 조치를 결정하고 집권 민주당에서도 정부와 채권단에 김씨의 은닉재산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할 정도로 정치·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충분했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7편의 응모작 가운데 한편을 제외한 6편이 2차 심사에 오르기는 했으나 심사위원의 주목을 받은 기사는 서울경제의 ‘3시간만에 빠져 나간 1조5천억원 외자유치’와 국민일보의 ‘서민 옥죄는 초고금리’, 동아일보의 기획시리즈 ‘서울 하늘숨막히다’ 등 3편이었다.
이 가운데 국민 동아일보의 기사는 소재 자체가 처음 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약점이 지적됐다. 물론 수시로 접할 수 있는 기사라 하더라도 대책이 마련되고 시정되기까지 언론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이들 기사가 충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현실을 진단했다는 점에서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됐다. 그러나 중앙지의 경우 환경 문제를 다룰 때는 서울 하늘뿐 아니라 전국 대도시를 함께 취급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경제의 ‘3시간 만에…’는 보도자료에서 단서를 포착해 많은 공을 들인 작품으로 인정됐다. 특히 이 사건이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리타워텍과 관련돼 있으며 검찰 조사에서도 1조5천억원이 외자 유치가 아니라 하루 0.3%의 이자를 주기로 한 초단기 차입금임이 확인됐다. 정·관계 인사의 연루설이 제기되는데 그친 점을 아쉬워 하는 지적도 있었지만 한국 외환관리체계의 허점을 파헤친 공은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10편이 응모한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광주일보의 ‘인터넷 중독 중학생 친동생 살해’와 부산일보의 ‘부산 태권도협회 비리’ 대구MBC의 ‘인면수심, 불법 수용시설’ 등이 후보작으로 거론됐다. 광주일보 기사는 상당히 쇼킹한 기사라는 데는 심사 위원들의 견해가 같았으나 친동생을 살해한 진짜 동기가 인터넷인지, 아니면 정신질환이 원인이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부산일보의 태권도협회 비리 고발기사는 조직이 두껍고 베일에 쌓여 있어 공직사회보다 더 취재가 어렵다는 태권도협회를 파헤쳤다는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부문에서는 4편이 응모했는데 이중 중부일보의 ‘도내 문예회관 이대로 좋은가’가 높은 평가를 받으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문예회관 건립 문제를 지적한 이 기사는 지역신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뿐 아니라 기존시설을 보수해 사용하는 문예회관을 대비시키는 등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전문보도 부문에 응모한 내일신문의 ‘검찰의 심규섭 의원 횡령사건 은폐 및 재수사 촉구’기사는 주요 일간지에 앞서 보도된 작품. 99년 심 의원이 평택공대 이사장 시절에 일어난 공금 횡령 의혹사건을 내일신문이 파헤치면서 한동안 정치 사회의 현안으로 떠올랐으며 결국 검찰이 재수사 방침을 밝히는데 이르렀다. 검찰의 권력자 봐주기에대해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 수상작 선정의 계기가 됐다.